지난 1960년,서울대 화학공학과 3학년이었던 한 고학생은 하루에 2시간만 근무해도 일반 직원 월급의 절반을 주겠다는 얘기에 화장품 회사에 발을 내디뎠다.

태평양의 김창규(62) 고문은 지난 40여년을 화장품 개발 외길을 달려왔다.

그의 손을 거쳐 여성들에게 전해진 화장품만도 5천종이 넘는다.

2년 전부터 한국화장품 학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에게 지난달 과학기술훈장 웅비장 수상소식이 전해졌다.

여태껏 이 분야에 대한 정부의 관심이 워낙 박했던 터라 김 고문도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제 개인에게 주어진 훈장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그동안 관심 밖에 있던 화장품 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표시로 받아들이고 싶습니다"

그의 화장품 인생은 국내 화장품 산업의 변천사나 마찬가지다.

60년 동양화학(라미화장품 전신)에서 파트타임으로 화장품 개발을 시작해 대학교 4학년일 때 공전의 히트가 됐던 ''콜드 크림''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에는 먹거리가 충분치 않아 여성들도 영양부족으로 건성피부가 많았어요.여기에 착안해 콜드크림을 개발한 게 크게 인기를 끌었죠"

오는 2003년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화장품학회에서 학회장을 맡게 된 김 고문은 요즘 화장품 산업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을 만나고 다닌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