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회사에 다니는 이주은(25)씨는 최근 남자친구로부터 이상한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내용은 이랬다.

우연히지나쳐도우
리는모르는사이야
결정하기힘들었어
혼란스러웠어행복
해야돼.....

메시지를 읽은 순간 이씨는 눈물을 펑펑 쏟았다.

"행복해야 돼..."라는 마지막 문장은 분명 "헤어지자"는 얘기였다.

그러나 문자메시지를 살펴보니 시적인 표현 어딘가에 다른 뜻이 담겨있을 것 같았다.

광고 카피라이터답게 감각이 빠른 이씨는 남자친구의 마음을 금세 알아차렸다.

남자친구의 메시지는 다름아닌 "청혼"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문자메시지 앞글자만 세로로 읽으면 "우리결혼해"로 이어진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일상처럼 즐겨 사용하는 모티즌(Motizen:Mobile과 Netizen의 합성어)들 사이에 시(詩)같은 문자메시지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들이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를 보면 축약형 문체나 언어 구사력이 다소 과장된 표현을 빌리면 "예술의 경지"까지 이르고 있다.

문자메시지 열풍은 국내만이 아니다.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은 문화면에 흥미있는 사고(社告)를 냈다.

내용은 다름아닌 "시(詩)적인 경지에 이른 문자메시지를 작성한 이에게 1천파운드(1백90만원)의 상금을 주겠다"는 것.

영국에서도 휴대폰 문자메시지가 신세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자 이 일간지는 아예 문자메시지 사용자를 대상으로 이색적인 이벤트를 마련하고 나선 것이다.

가디언측은 사고문에서 "휴대폰 메시지는 새로운 예술 형태"라고 주장했다.

문자메시지는 이미 단순한 통신기능에서 벗어나 문화적인 영역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휴대폰 문자메시지는 대개 길어야 한글 40자(영문 80자)이내로 제한돼 있다.

신세대들은 이 점을 활용해 문자메시지를 마치 시처럼 작성해 보낸다.

어떤 문자메시지는 운율을 맞추는 시의 구조로까지 발전되고 있다.

특히 사랑고백같이 말로 하기 쑥스러운 내용을 문자메시지 속에 은근히 감추어 전달하는 새로운 기법이 유행이다.

가령 이런 식이다.

나애인생겼어...
너보다백배는더이
뿐!아무튼착한아
이지..헤헤정말
다른앤눈에안보여

(앞글자만 읽으면 "나너뿐이다")

이런 문자메시지는 좋아하는 속마음을 우회적인 표현으로 전해준다.

얼핏 읽어보면 정반대의 뜻이 되지만 앞글자를 조합하면 전혀 다른 뜻이 된다.

모티즌들이 이처럼 앞글자로 마음을 전하는 식이 가장 많다.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심각한일이야정말
심각한상황어떻게
해야할지모르겠어
서둘러연락좀해줘

(앞글자만 읽으면 "심심해서")

이보다 더 복잡해 아무리 생각해도 좀체 이해할 수 없는 문자메시지도 있다.

언뜻 보기엔 마치 암호와도 같다.

나교통사고났어예
휴너무아프당길건
널때조심하지않다
가...아주심하진
안고깁스해버렸어

그러나 이 문자메시지는 첫글자부터 대각선 방향으로 읽으면 "나너조아해"로 표현된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