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종합상사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 대리(33).

아침 출근길 복잡한 지하철에 오른다.

팔만 간신히 움직일 수 있는 비좁고 복잡한 공간.

그냥 앞사람 얼굴이나 지하철 벽에 붙어 있는 재미없는 광고를 들여다 보면서 출근 시간을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옆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받으면서 신문을 펼쳐 읽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럴 때면 김 대리는 개인휴대단말기(PDA)를 꺼내 든다.

옆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게 조심스레 PDA 전원을 켜고 화면을 들여다보며 뭔가 열심히 읽기 시작한다.

김 대리가 읽는 것은 그날의 조간신문 기사.

그는 자신이 가장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국제경제와 정보통신 분야의 기사를 따로 내려받아 1시간이 넘는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꼼꼼히 확인한다.

그만큼 신문 읽는 시간을 아낄 수 있다.

회사에 도착한 김 대리는 PDA로 그날 일정을 알아 본다.

날짜별 시간별로 입력된 일정을 PDA를 켤 때 마다 바로 알 수 있다.

그래서 거래처와 한 약속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없다.

전에는 가끔 약속시간을 깜빡 잊어 거래처 사람들이나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요즘은 완전히 딴 사람으로 변했다는 칭찬을 듣고 있을 정도다.

거래처 사람들을 만날때도 그는 수시로 상사의 지시나 고객의 e메일을 확인한다.

전에는 주로 인근 PC방을 이용했는데 수시로 e메일을 확인하기 어려운 탓에 몇차례 중요한 계약을 놓쳐 큰 낭패를 볼 뻔 하기도 했다.

이제는 e메일 걱정 없이 곳곳을 누비며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게 됐다.

정보기술(IT)기기를 잘 활용한 덕에 김 대리는 지난해 입사 동기들보다 1년 먼저 승진하는 영광을 얻기도 했다.

벤처기업에서 간부로 일하고 있는 송진호(34)씨.

비즈니스 미팅 약속 때문에 이동이 잦은 그는 PDA로 팀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한다.

팀원들이 보내온 메일을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바로 해당 직원에게 처리해야할 업무를 통보한다.

지난해 야간대 경영대학원에 등록한 그는 또 e메일을 통해 지도교수가 내준 리포트를 확인하고 강의와 관련된 각종 정보도 검색한다.

일 때문에 수업을 빼먹은 날은 인터넷에 올라온 강의 내용을 보며 진도를 따라간다.

벤처기업의 특성상 따로 공부할 시간을 내기가 힘든 송씨는 인터넷 e메일 PDA 등을 적절히 활용해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

물론 직장에서도 물론 업무 능력이 탁월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정보화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컴퓨터 e메일 PDA 등 첨단 IT기기로 무장한 샐러리맨들이 뜨고 있다.

영업부서는 물론 관리 연구개발 생산 부서 직원들까지 디지털로 무장하고 있다.

이제 직장 생활을 정보기술을 빼놓고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밤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직장인들은 신기술이 만들어 낸 세상속에서 생활하게 된다.

휴대폰으로 게임과 영화를 즐기고 손바닥만한 크기의 PDA로 뉴스와 책을 보고 인터넷 검색까지 하는 등 모든 생활에 각종 IT 관련 기기들이 파고들고 있다.

보편화된 인터넷과 e메일 PDA 등 IT 도구들은 샐러리맨들의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으며,여기에 잘 적응하느냐의 여부가 직장 생활에서의 성패까지 좌지우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이같은 환경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하지 못하고 과거처럼 "말없이 묵묵히 일만 하는 사람""상사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직원"들은 결국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 뻔하다.

각종 첨단 IT기술을 습득,활용하는 것이 개인 뿐만 아니라 기업 전체의 생존과도 직결된다는 인식이 보편화되면서 이런 추세는 더욱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변화경영전문가 구본형씨는 "모든 정보나 생활이 디지털로 바뀌면서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불어난 샐러리맨들에게 첨단 IT 기기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일 뿐 아니라 직장 내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도구로 인식되고 있다"며 "디지털세상을 살아가는 바쁜 직장인에게는 업무 생활 엔터테인먼트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정보통신 기기가 생활의 동반자로 자리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