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산업의 급팽창으로 정보 보안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규모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는 것은 전자상거래 등 인터넷 관련 분야의 발달로 새로운 시장이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정보보안을 떼어 놓고 인터넷 산업 발전을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인터넷의 가장 큰 특징인 "개방"과 "공유"는 정보 관리에 정면으로 배치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닌다.

무단 해킹과 바이러스 등 정보통신 시스템의 안전이나 개인 프라이버시 또는 전자상거래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나타나는 것도 이러한 인터넷의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다.

정보보안 산업의 폭발적 성장은 이와같은 인터넷 환경의 취약한 구조와 맞물려 있다.

전자상거래, 전자투표, 인터넷뱅킹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안전하게 제공하고 사용자에게 신뢰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라도 정보보안기술의 발전은 더욱 절실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 시대의 핵심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내 정보보안 산업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 국내 정보보안 산업의 발자취 =전세계에서 보안제품이 선보이기 시작한 것은 90년대 초반.

당시에는 방화벽 제품이 보안시장을 주도했다.

국내에는 90년대 중반에 보안제품이 하나 둘씩 선보이기 시작했다.

96~97년에 바이러스 백신과 방화벽 정도의 국산제품이 선보였으며 백신 분야를 제외하곤 외국산 제품이 시장을 주도했다.

IMF체제 위기를 거치며 침체에 빠졌던 정보보안 기술은 98년 말 CIH바이러스 사태가 벌어지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인터넷의 급속한 확산과 금융권의 사이버 금융서비스 개시, 일반인들과 기업들의 정보보안 의식 고취로 국내 정보보안 산업은 99년을 기점으로 도약기에 접어들게 된다.

<> 국내 시장규모 =연간 1백% 이상의 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성장세가 가파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정보보안 시장규모는 약 1천3백억원.

올해는 이보다 2배 가량 늘어난 3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이같은 "황금어장"을 겨냥, IT(정보기술) 벤처기업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는 대형 통신사업자, 시스템 업체, 네트워크 업체는 물론 대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지난 3월말 현재 정보보호산업협회에 소속돼 있는 보안업체 수는 1백43개사.

협회에 등록돼 있지 않은 군소업체를 포함할 경우 정보보안 관련 업체수는 약 2백여개로 추산된다.

시장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업체가 범람하면서 기술보다는 가격 경쟁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약기에 접어든 보안시장이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도한 출혈 경쟁보다 시장 자체를 키울 수 있는 방향으로 업계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 선도업체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우수 기술업체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공감대를 형성하며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종합 솔루션화 =정보보안 제품은 기능별로 바이러스백신, 방화벽, 암호화제품, 가상사설망(VPN), 공개키기반(PKI) 시스템, 인증시스템, 보안IC카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방화벽과 침입탐지시스템, 가상사설망 등을 한꺼번에 묶은 통합 보안 솔루션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보안에 대한 통합솔루션을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다기능 통합보안 제품을 개발하기 위한 보안 업체들 사이에 전략적 "합종연횡"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선도적인 국내 정보보안 기업들이 인수합병이나 사업 제휴 등을 통해 종합 보안솔루션 업체로의 변신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추세다.

또 솔루션, 관제, 컨설팅 등 분야별 전문업체들이 독자적 영역을 형성했던 지난해와는 달리 최근들어서는 서로간의 분야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솔루션 개발업체가 컨설팅 시장에 뛰어들고 컨설팅업체가 솔루션 개발에 나서는 등 분야별 전문업체라는 영역구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 전망 =오는 7월1일부로 정보통신기반보호법이 시행됨에 따라 정보보안 시장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보안 컨설팅 분야의 급속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 법안에는 국가 주요 정보통신기반 시설의 취약점을 정기적으로 분석.평가해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중요한 것은 취약점 분석 평가업무를 한국정보보호센터(KISA), 정보공유분석센터(ISAC),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정부 관련 기관 외에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뽑은 정보보호 전문업체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점.

업체들은 정보보호 전문업체 지정 기준에 맞추기 위해 컨설팅 사업부를 강화하는 등 조직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장기적으로 국내 보안시장은 전자상거래 증가와 탄탄한 인터넷 인프라 네트워크로 성장 잠재력이 큰 편이다.

또한 정보보안에 대한 정부의지가 강하고 사회적으로 보안의식이 확산되고 있어 정보보안산업의 미래는 매우 밝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