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인기가 높아지면서 게임 관련 직업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게임기획자나 프로그래머가 유망직업 직업으로 각광받기까지 한다.

하지만 게임맵 디자이너는 아직 생소한 분야다.

"사이버 세상에 대지와 하늘을 창조하는 조물주의 손이에요"

온라인게임 "레드문"의 맵디자이너 김은성(27)씨는 자신의 직업을 이렇게 소개한다.

게임맵디자인은 화가가 캔버스에 풍경화를 그려가듯 게임이 펼쳐지는 배경을 그래픽으로 그려 나가는 작업.

"기획자가 게임 시나리오를 비롯한 전체 흐름에 대한 전략을 짜면 프로그래머는 이를 컴퓨터상에 구현하는 세세한 전술들을 마련하죠.맵디자이너는 이 전략과 전술이 펼쳐지는 배경화면(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에요"

게이머들이 활약하는 사이버 공간의 자연은 이들 맵디자이너의 손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후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하던 김씨는 대학시절에 잠깐 배웠던 컴퓨터 그래픽에 대한 호감을 버리지 못해 아예 직업을 바꿨다.

"불과 3년전인데도 그 당시에는 게임디자인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었어요. 일단 그래픽 전문학원에서 7개월 가량 기초과정을 익힌 뒤 곧바로 실무에서 부딪치면서 하나하나 배웠어요"

게임업체 제이씨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한 후 3개월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맵을 그렸을 때는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었다.

"제가 아는 친구들에게 다 전화해서 그 게임 내가 그렸다며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어요"

맵디자인은 여간 꼼꼼한 성격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다.

퍼즐을 맞춰 가듯 픽셀을 일일이 하나씩 맞춰 가는 만만찮은 작업이다.

보통 한 종류의 게임 맵을 그리는데 적어도 한달 가량이 걸린다.

게임을 오픈하기로 한 마감시간이 다가오면 피를 말리는 초초함으로 온몸이 긴장으로 팽팽해진다.

"집에 못가고 날밤 새우는게 부지기수예요. 매일매일 데드라인에 쫓기는 기자들은 아마 제 기분 이해하실 거예요"

하지만 자신의 그린 게임이 첫선을 보이는 날은 매번 떨리기는 마찬가지다.

''마치 성적표를 기다리는 학생처럼'' 게이머들의 반응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게임맵 디자이너면 당연히 자신이 그린 게임을 남들보다 잘하지 않을까 하는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다.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제가 그린 게임도 처음할때는 초보자와 똑같은 수준이에요. 게임기획자나 프로그래라면 모를까"

요즘도 주말이면 사진기를 들고 서울근교로 풍경화촬영을 나간다.

이때 찍은 사진의 질감과 풍경들을 자신의 게임맵에 응용하기도 한다.

"담벼락이나 길거리 풍경들을 주로 카메라에 담죠. 온라인게임에는 비현실적인 SF적인 배경들도 많이 쓰이기때문에 인터넷이나 서점신세를 많은 지기도 해요"

컴퓨터 게임에서 그래픽 비중이 높아질수록 주가가 오르는 맵디자이너.

김은성씨는 언젠가는 "디지털 미장(美裝)인"으로 불리고 싶단다.

"멋진 집을 짓기 위해서는 미장공사가 중요하듯이 좋은 게임도 섬세한 맵디자인이 있을때 가능하거든요"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