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신업계에 주파수 확보령이 떨어졌다.

3세대(3G) 이동전화로 불리는 IMT-2000(차세대 영상이동통신)서비스를 준비중인 미국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주파수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수조원대의 시설투자비 부담과 기술개발 지연 등 각국 이동전화업체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 이외에 주파수 부족이라는 또하나의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3세대 서비스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는 스프린트PCS와 싱귤러 와이어리스.

이들은 최근 3세대 서비스 제공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올해부터 통신망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스프린트PCS는 3세대 통신망을 3단계에 걸쳐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1단계로 금년말까지 데이터통신 속도를 지금보다 10배쯤 빠른 1백44Kbps로 높이고 이어 2003년초까지는 2.4Mbps로,2004년까지는 3~5Mbps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싱귤러는 "마이 와이어리스 윈도"라는 고속 데이터 서비스를 금년 가을부터 제공하기로 했다.

이 서비스는 휴대폰이 항상 인터넷에 접속돼 증권 뉴스 등의 정보를 받아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주파수가 부족해 이들의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되기 어려울 것이란 부정적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미국에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 용량은 약 2백10메가헤르츠(MHz).

유럽 국가들이 평균 3백55MHz인데 비하면 30% 가량 적다.

미국 인터넷협회(CTIA) 톰 휠러 회장은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무선인터넷회의에서 "미국에서는 주파수 1MHz당 가입자가 53만명에 이를 만큼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1MHz당 가입자는 독일이 20만명,일본이 12만명,영국은 겨우 8만명에 지나지 않고 휴대폰이 널리 보급된 핀랜드의 경우 1만5천명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주파수 부족은 앞으로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주파수 수요는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70%씩 늘어날 것(살로만 스미스 바니 추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 이동전화사업자들은 새로운 주파수 확보에 적극 나섰다.

특히 국제적으로 IMT-2000용으로 배정된 주파수중 군용 및 방송용으로 쓰이고 있는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전환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와 상무부 정보통신국(NTIA)이 최근 공동으로 내놓은 보고서는 "이 주파수는 이미 사용중인데다 이 주파수를 다른 대역으로 옮기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부에서는 낙관론을 펴고 있다.

스프린트의 찰스 레빈 사장은 "기존 주파수로도 3세대 서비스를 제공할수 있다"고 말한다.

스트래티지스 그룹의 분석가 엘리엇 해밀턴씨는 "기존 주파수의 효율적 이용이 주파수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단기적인 대안"이라며 45MHz로 묶인 주파수 총량을 늘리면 문제가 다소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