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생머리가 부럽지 않아요. 미장원 자주 갈 일 없죠, 아침마다 머리손질하느라 진땀 뺄 필요 없죠. 생머리가 아닌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곱슬머리들의 모임"을 운영하는 김미아(27)씨의 말이다.

바람에 휘날리는 생머리가 부럽지 않을까마는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서로의 아픔을 쓰다듬다 보니 곱슬머리에 대한 콤플렉스를 훌훌 털어내게 됐다.

곱슬머리 "뽀글족"들의 나눔터에 마음을 의탁한 사람은 모두 4천5백여명.

직접 몸을 부대끼는 사이는 아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 만나 기쁨과 슬픔을 나누는 사이 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네띠앙의 "바보동호회"도 상처받고 세파에 지친 사람들의 모임이다.

그래서 그 흔한 회칙이나 규칙도 없다.

이 공간에서 만큼은 "바보"가 없게 하자는 의지의 표현이다.

3년째 사법고시를 준비중인 일류대 법대생에서부터 대기업 임원까지 다양한 이력의 소유자들이 모여 있다.

현재 방문자수가 6만4천여건에 이를 정도.

바보동호회에 가입한지 3년째인 허지영(경복대학교 간호학과 3학년)씨는 "어둡고 힘든 얘기들이 적지 않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동호회"라며 "몸을 가누기 어려울 만큼 피곤해도 꼭 바보동호회에 들른다"고 말했다.

시공을 초월한 사이버 공간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가슴저린 얘기를 나누면서 따뜻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이 뿐만 아니다.

사이버 세계엔 소신과 개성, 끼를 맘껏 발산하는 N세대 특유의 모임들이 숱하게 많다.

기성세대들의 세상을 거부하고 그들만의 "참" 세상을 만들려는 N세대들로 사이버 공간은 북적댄다.

톡톡튀는 N세대의 진면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모임에서부터 사회비판적인 모임, 유용한 정보를 교환하는 실속파 모임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요즘에는 만화나 게임속의 캐릭터를 흉내내 보려는 "코스튬 플레이"(costume play) 모임이 번성하고 있다.

코스튬 플레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나 게임속 캐릭터들의 의상이나 행동을 따라하는 일종의 가장극.

N세대들의 스타모방 심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하늘사랑의 "코스프레 동호회"와 나우누리의 "나코동"이 대표적이다.

나코동은 국내 PC통신망 동호회 가운데 규모나 활동면에서 첫 손가락에 꼽힌다.

현재 회원수는 1천5백80명.

해마다 가장파티를 벌이고 있고 각종 이벤트에 수시로 초청받고 있을 정도로 인기도 높다.

세이클럽의 "피어싱-살을 뚫는 쾌감"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귀 네개 이상 뚫은 사람들의 모임" 등은 남 눈치보지 않고 나만의 개성을 표출하려는 N세대의 당당함을 보여주는 동호회다.

혀 입 귀 등 신체부위를 뚫어 장식하는 피어싱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현재 세이클럽 내에서만 피어싱 동호회가 10여개에 이른다.

신체적 약점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모여 서로를 격려하는 곳도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의 "곱슬머리들의 모임"을 비롯 하늘사랑의 "퍽탄스클럽(폭탄맞은 얼굴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 나우누리의 "왼손잡이 사랑 모임" 등이 이런 부류의 동호회다.

이들 동호회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들에는 외모를 중시하는 요즘 세태에 저항하는 N세대들의 절규가 배어 있다.

실속파들을 부르는 커뮤니티도 북적거린다.

세이클럽의 "샘플매니아클럽"의 모토는 "긴축시대, 아껴야 잘 살죠!"

알뜰소비에 관심있는 네티즌들의 모임으로 20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N세대 짠순이들의 모임인 셈.

화장품 헤어제품 등 다양한 샘플제품에 대한 모든 정보를 볼 수 있다.

전제완 프리챌 사장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네티즌들이 비슷한 개성과 끼를 가진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데다 인간적인 소외감을 뛰어넘으려는 욕구가 맞물려 최근 톡톡 튀는 이색 동호회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