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흔적이 채 가시지 않은 3월의 미국 보스턴.차가운 날씨속 다운타운을 출발,잘 뚫린 4백95번 고속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30분쯤 차를 몰고 가면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넓직한 건물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다.

바로 세계적인 스토리지(컴퓨터 저장장치)전문업체인 EMC본사 건물이다.

EMC는 일반인에겐 아직 낯설지만 컴퓨터 전문가 사이엔 알짜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 경제 주간지 포천이 뽑은 5백대 기업의 하나이기도 하다.

포천은 지난 98년 EMC를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EMC는 지난 79년 리차드 이간(Richard Egan)이 동료 두 명과 함께 설립했다.

회사 이름은 창업자들의 이름에서 한자씩 따서 지었다.

현재 창업자들은 일선에서 물러나고 마이클 룻거스 회장이 EMC를 이끌고 있다.

EMC의 성장은 한마디로 눈부시다.

지난 90년 스토리지 사업을 시작한 이후 10년동안 주식가치가 8만1천% 치솟는 경이적인 성장을 기록했다.

현재 전세계 직원수가 2만5천명에 달한다.

마이클 룻거스 회장은 "EMC의 성공비결은 선택과 집중"이라고 밝힌다.

스토리지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을 미리 간파하고 회사의 전 역량을 한곳에 집중시켰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EMC는 몇년째 세계 스토리지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정보통신분야 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EMC는 세계 스토리지 시장의 26%(2000년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스토리지 시장 또한 가파른 성장을 계속하고 있어 EMC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데이터퀘스트는 최근 세계 스토리지 시장 규모가 98년 2백20억달러(26조원)에서 99년에는 2백50억달러(30조원),2000년 3백10억달러(37조원)로 커졌으며 올해는 3백70억달러(4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엔 4백40억달러(53조원),2003년 5백40억달러(65조원),2004년 6백70억달러(80조원)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MC의 또다른 특징은 공장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본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생산공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여느 공장과 사뭇 다르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EMC 공장엔 조립라인이 없다.

EMC에 있어서 공장이란 제품을 조립하는 곳이 아니라 철저한 테스트를 통해 완벽한 제품을 탄생시키는 공간이다.

조립과 생산은 기술력있는 외부 파트너를 선정해 아웃소싱하고 설계와 테스트에만 주력한다.

여기에서도 EMC의 전략인 "선택과 집중"을 확인할 수 있다.

EMC의 테스트는 철저한 것으로 소문나 있다.

EMC는 다른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샘플 테스트를 하지 않는다.

한 제품을 꼬박 28일간 테스트한 후 합격한 다음에야 시장에 내놓는다.

EMC 마케팅 매니저 존 리치씨는 "제품을 조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시간에 불과하지만 테스트에 무려 6백72시간을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철저한 사후관리도 빼놓을 수 없다.

EMC는 자사가 판매한 모든 제품을 고객지원센터와 연결해 이상이 생길 경우 자동으로 알려주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고객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때로 고객들이 이상을 발견하기 전에 EMC에서 미리 알려주는 사례도 생긴다"고 말했다.

보스턴(미국)=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