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여행전문 벤처업체인 T사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자사 홈페이지에 들어있던 여행 관련 콘텐츠가 대기업 계열의 온라인 여행업체인 S사 홈페이지에 통째로 옮겨져 있었다.

T사가 확보해 놓은 전세계 리조트및 호텔 사진 1천여장과 4백 페이지에 달하는 텍스트를 S사가 그대로 베껴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T사는 곧바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걸었다.

자료를 모으고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만 4억원에 가까운 돈이 들어간 터였다.

소송 발생으로 투자유치가 무산되는 등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T사측이 제시한 손해배상 청구비용은 1백30억원.그러나 판정결과는 1천3백만원 정도를 벌금을 부과하는 약식기소로 끝났다.

인터넷 시대에 필수적인 디지털 콘텐츠가 무법지대에 놓여 있다.

T사는 경제적인 피해는 물론 사업 지연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막대한 피해를 당했는데도 어떤 법적인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는 설명이다.

그래도 회사를 유지하고 있는 T사는 다행이다.

온라인 부동산 정보업체인 K사는 소송을 준비하다 문을 닫아야 했다.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대형 부동산 사이트 업체가 K사의 홈페이지에 올려진 콘텐츠를 고스란히 추려가는 바람에 도저히 서비스 경쟁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땅한 제재 규정이 없어 가슴을 칠 노릇이었다"고 K사를 운영했던 L씨는 토로했다.

이들 인터넷 업체들이 전하는 가장 큰 문제는 기존 저작권법의 한계다.

가상 공간인 인터넷상에서 벌어지는 "절도"에 대해서는 저작권법의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사법부에서도 이미 인정하고 있다.

인터넷 콘텐츠와 관련된 저작권 분쟁 때마다 간단하게 벌금을 부과하는 정도로 마무리되고 있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창작물에 디지털 기술및 아이디어를 더해 온라인 콘텐츠로 만들 경우 2차적인 저작권(디지털화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물론 출판협회등 오프라인 저작물 관련 단체들이 제기하고 있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우려는 당연하다.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원저작자에게 피해를 입히는 일은 있을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원저작자의 권리가 침해받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부가적인 창작활동의 하나로 인식되는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저작권 침해로 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디지털 콘텐츠를 적당한 보호하고 육성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면 온.오프라인간 분쟁은 끊이지 않을 것이고 인터넷산업 발전도 요원할 것이다.

세상은 지금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비스가 공존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법과 제도는 이같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해외에서 대단한 호평을 받고도 국내에서는 저작권 분쟁에 휘말린 것은 이런 까닭에서다.

법제를 서둘러 정비하지 않으면 콘텐츠업체들이 심각한 위기에 몰릴 것이라는 지적에 귀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