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 일정을 돌연 연기함에 따라 최근 논란을 빚었던 동기 사업자 선정은 원점부터 재출발하는 게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강한 동기 사업자를 만들겠다는 당초 의지가 무위로 돌아간 것을 스스로 자인한 것이어서 정책 실패에 대한 업계의 비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가 사업자 선정 일정을 늦춘 것은 제대로 경쟁력을 갖춘 동기식 사업자를 만들어내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이는 다시 말해 현재 하나로통신 주도의 동기식 그랜드 컨소시엄으로는 한국통신 SK텔레콤 등 비동기 사업자에 대항할 힘이 없다고 본 것이다.

안병엽 정통부 장관은 이와 관련,"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한 삼성과 퀄컴외에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참여하는 그랜드 컨소시엄이 가시화될 때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부로선 국내 유수의 대기업으로 특히 포항제철을 지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철은 그동안 줄곧 동기식 사업에 관심이 없다는 의사를 밝혀왔지만 정통부의 기대는 다소 긍정적이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포철과는 여러차례 접촉했으나 제1대 주주로는 참여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는 곧 제1대 주주가 아닌 2,3대 주주로서의 일정지분 참여는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LG도 참여 가능성이 남아 있다.

최근 LG 내부에서 출연금을 삭감할 경우 참여 용의가 있다는 일부 의견이 나온 상태여서 포철 등이 대거 뛰어들 경우 LG도 물타기에 나설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랜드 컨소시엄을 주도해온 하나로통신은 정부의 연기발표와 관련,"그랜드 컨소시엄 구성 열기를 계속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늦어도 4월 중순까지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서는 정통부의 이번 연기 방침이 정부의 통신업계 3개 사업자 재편 구상과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한 동기 사업자를 만들어 국내 통신시장이 SK텔레콤과 한국통신 등 2개 사업자의 과점체제로 굳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