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마켓코리아의 현만영(49) 사장은 요즘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자리에 앉으면 컴퓨터를 켜고 아이마켓코리아(www.imarketkorea.com)를 통해 들어오는 구매요청 물량을 확인하는 것이다.

시시각각으로 늘어나는 구매량을 보면 일하는 재미가 새록새록 솟아난다.

"현재 삼성SDI 삼성전기 삼성전자 일부 등 3개사만 구매에 참여하고 있는데도 구매요청 건수가 하루 평균 4백~5백건에 달합니다. 올 연말까지 삼성계열사 모두가 구매를 하게 되면 엄청난 물량이 될 겁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그룹의 MRO(기업소모성자재) 구매를 아웃소싱하기 위해 지난 12월 설립된 B2B e마켓플레이스 운영회사다.

다른 대기업들은 자체적인 조달시스템을 구축하거나 연합체 형식의 e마켓플레이스 회사를 설립했지만 삼성은 단독으로 이 회사를 만들었다.

현만영 사장은 "기업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핵심분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구매 부문을 별도로 아웃소싱하는 것이 삼성그룹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아이마켓코리아의 설립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포천지 선정 10대기업들도 독립적인 B2B 회사를 만들어 자재를 구매하는 쪽으로 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 사장은 그룹의 구매를 전담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관계사가 요구하는 서비스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것.

더구나 7천여개에 달하는 공급업체를 컴퓨터로 거래를 하도록 하는데 적지 않는 노력이 투입됐다.

"시작할 때 중소기업들의 인터넷 인프라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 많았습니다. 납품서 세금계산서 등을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았으니까요. 지금도 출근하면 가장 먼저 챙기는 일이 고객사들의 불만이나 문의를 처리하는 고객관리센터의 일일보고서입니다"

현 사장은 아이마켓코리아의 영역을 "닷컴에 기초를 둔 서비스업"이라고 규정했다.

구매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가치를 창출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사장은 현재 아이마켓코리아에서 공급하는 자재 가격은 기존 삼성그룹의 구매가격보다 10~15% 더 싼데다 구매요청 이후 72시간내에 제품을 공급해 준다고 말했다.

덕분에 아이마켓코리아는 출범 1년인 올해말에는 매출 7천억원을 넘볼 정도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현 사장은 "앞으로 공기업 병원 학교 언론 등 공익적 성격을 갖는 기관에 아이마켓코리아를 개방해 이들이 저렴한 가격에 소모성 자재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현 사장은 1979년 삼성물산에 입사, 런던법인 주재원(1982~88년), 국제금융부장 등을 거쳤다.

1995년에는 삼성에버랜드로 옮겨 스포츠마케팅과 CTO(기술담당최고임원)등 다양한 이력을 쌓았다.

특히 에버랜드에서는 게임에버랜드(game.everland.com)를 기획, 회원 50만명의 게임사이트로 성장시키기도 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