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문화 콘텐츠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산업이 된 것은 결코 갑작스런 이변이 아니다.

문화 예술인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했던 일이다.

시나리오와 회화, 영상, 음악, 연출 등의 문화예술 활동이 디지털 기술과 접목돼 시대 조류에 맞게 포장되면서 발전한 것 뿐이다.

이 점에서 정부가 최근에서야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못내 아쉬운 대목이다.

21세기 초입에서 게임 업계도 스스로를 재무장해야 한다.

뒤늦은 후회는 실망만 안겨줄 뿐이라고 미래산업 선정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지난해의 일이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라는 온라인 게임이 폭발적인 인기와 엄청난 수익을 얻게 되자 수많은 게임 개발사들은 경쟁적으로 온라인 게임 개발에만 매달렸다.

무모한 출혈경쟁이 불보듯 뻔한데도 한 쪽으로만 몰렸다.

이런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양한 장르의 게임개발 움직임에 되레 역행하는 소모전이다.

세계 게임시장 속의 온라인 게임시장 점유율은 아직 약 5%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과 아케이드와 가정용 게임 부문이 세계시장에서 7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6조원 규모의 게임시장을 갖고 있는 일본의 경우 비디오게임과 아케이드게임 전문 개발회사들이 고유의 강점을 중점 개발하고 있다.

우리도 온라인 게임시장에만 개발력과 마케팅력을 치중할 게 아니라 각자의 경쟁력을 살려 다양한 분야로의 발전을 꾀해야 밝은 미래를 약속받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또한 일부 선두 게임업체들이 대만 중국 일본 등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진출하듯 국내 게임산업도 세계시장에 더욱 눈을 돌려야 한다.

아직도 걸음마 단계인 국내 게임시장의 좋은 싹들을 큰 나무로 키우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이 필수적이다.

작년까지 PC방 확산에 힘입어 ''스타크래프트''가 미국시장보다 한국 게임시장에서 더 많이 판매됐다고 해서 국산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의 시장 상황이 좋아졌다고는 할 수 없다.

게임 선진국의 메이저 유통회사들은 막강한 자본력,마케팅력,기술력을 앞세워 한국 시장을 완전 잠식할 태세다.

안방을 송두리째 내주지 않으려면 관련 업계와 정부 모두가 긴장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