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따르면 여성의 경제력은 세계 GDP의 30%를 차지하며 미국 중소기업 CEO중 40%가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국내 여성참여도 순위는 전세계 63위에 그치고 있으며 여성 CEO도 2.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불평등한" 구조에 개선의 기미가 엿보이고 있다.

변화의 바람을 주도하는 것은 인터넷.

인터넷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여성들도 기지개를 켤 수 있게 됐다.

감성이 요구되는 인터넷 비즈니스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잘 할 수 있는'' 분야로 꼽히고 있다.

여성 창업이 잇따르고 여성 종사자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 곳이 바로 IT(정보통신) 분야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여성들이 이 분야에서 제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선결돼야 할 제도적.관행적인 문제가 산적해 있다.

◆ 접대 등 남성중심의 기업문화 =잘못된 접대문화는 이제 남성들도 공감하는 문제다.

특히 인적 네트워크를 쌓기 위한 술자리는 여성들에게 고역이 아닐 수 없다.

C기업의 한 여성기업가는 "술을 못하기 때문에 거래처 관계자와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괴롭다"고 토로했다.

◆ 여성기업에 대한 정부지원 미미 =여성단체들은 여성기업이 남성중심의 사회에서 ''출발선''의 한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자금 기술 등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라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여성벤처협회는 1일 ''2001년도 여성기업활동 촉진방향''을 확정하고 올 한햇동안 여성벤처타워 설립과 여성벤처기업인 육성, 현 여성CEO 재교육을 위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적극 요구키로 했다.

◆ 성차별적 대출관행 =여성이 창업 후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은행.

기술력을 바탕으로 사업자금을 대출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여성에게 은행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남편이나 부모가 보증을 서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단기대출이나 고금리를 강요받거나 대출한도 또는 신용도를 낮게 평가받기도 한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가 지난해 8월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여성기업인중 30%가 은행대출시 차별대우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 성공모델의 공유 부족 =여성의 성공사례를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성공한 여성의 노하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식적인 자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효선 여자와닷컴 사장은 "디지털 세계는 여성 자신이 정답을 만들어가야 하는 곳"이라며 "먼저 깨달은 여성이 자신의 경험을 전수해줄 수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여성 엔지니어 육성 필요 =수백명에 달하는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중 여자교수는 단 1명.

IT분야의 인력구조를 단적으로 대변해 준다.

전문가들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여성인력이 더욱 우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따라서 여성 엔지니어를 육성할 수 있는 사회.문화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용한승 이화여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산업의 패러다임이 여성엔지니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여성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여성엔지니어를 육성하는 것은 시대적인 요청"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