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시장에서 흥미있는 사실은 나라와 국민 특성에 따라 개발방향이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일본은 여전히 기존의 방식대로 유전율이 높은 물질을 이용해 D램을 개발하고 미국은 아예 D램 대신 다른 메모리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 예로 모토로라와 IBM의 M램이 있다.

M램은 자성물질을 사용해 자성체의 자화방향이 바뀜에 따라 자성체 저항이 바뀌는 원리를 이용하는 기억 소자다.

나라마다 다른 D램개발 특성은 그 나라의 전통 놀이에서도 잘 읽을 수 있다.

서양인은 체스판의 규정된 길을 따라 가듯이 논리적인 사고에 의해 거동하면서도 까만 칸에 있다가 하얀 칸에 있듯이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0,1''로 변신할 줄을 안다.

이에 반해 바둑을 보면 바둑판처럼 엄격히 짜여진 일본의 사회구조를 보는 듯하다.

한정된 틀, 복잡하게 짜여진 매트릭스 조직 내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본 기술 개발의 속성을 본다.

우리 윷판은 언뜻보기에 엉망이다.

항상 윷을 던지는 손 끝에 의해 첫 운명이 결정되고 앞으로 가다가는 세 갈래 갈림 길에서 감각과 경험에 의해 ''0'' 과 ''1''의 갈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잘 나가는 한 놈이 다른 놈들을 업고 간다.

그러다가 한 번에 몰락하기도 하지만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끈질기게 따라오는 놈은 ''뒷도''로 치고 나가기도 한다.

IBM은 지난 70년대 초반에 F램은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먼저 포기한 회사다.

그러다가 90년대에 한국과 일본에서 F램 개발이 활발해지자 M램을 시작하고 최근에는 4메가 F램을 삼성전자가 개발한 시점에 M램을 D램 대체용으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