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대국을 세우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는 결연하다.

일본 정부는 2005년까지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최강의 IT대국으로 발돋움한다는 국가적 목표를 세워 놓고 모든 에너지와 자금을 총동원할 기세다.

지난해 11월 IT전략기본법을 확정,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한데 이어 올해는 7천억엔의 특별예산을 IT진흥에 쏟아 부을 방침이다.

민간부문의 설비투자 확대를 이끌어 온 IT는 2001년에도 각 부문에서 투자 최우선순위 대접을 받을게 분명한 상태다.

그러나 IT혁명의 주역이 될 인터넷 벤처들을 둘러싼 여건과 사업환경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눈에 띄게 어려워졌다.

나스닥 주가하락과 함께 일본 투자자들의 벤처신화 열풍도 급속히 식어버려 인터넷 벤처들은 험난한 생존경쟁의 시험무대에 오를 수 밖에 없게 됐다.

일본 인터넷 벤처의 고전은 도쿄 증시의 마더스(벤처등 신흥기업부)에 상장된 21개사의 주가추이를 보면 역력히 드러난다.

지난 11월 11일로 개설 1주년을 맞은 마더스 상장 기업들중 주가가 상장초의 공모가격 이상을 유지한 회사는 단 4개에 불과했다.

또 적자를 낸 기업 도 7개사에 달했다.

도쿄 시부야의 비트밸리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 둥지를 틀고 있는 벤처들의 꿈중 하나가 마더스 또는 나스닥 재팬 상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변화는 벤처들의 자금조달이 수월치 않으리라는 것을 뒷받침 하고 있다.

일본 벤처들의 고전은 한국계 일본인 손정의 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의 위상 변화로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일본 증시에서 보증수표 대접을 받았던 소프트뱅크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28일 4천1백엔에 마감됐다.

연중 최고치인 지난해 2월 15일의 6만6천엔과 비교하면 16 분의 1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지난해 2월 19조엔대까지 치고 올라가며 도요타자동차를 웃돌았던 소프트뱅크의 시가총액도 자연 1조3천억엔대로 쪼그라 들었다.

역풍이 거세진 가운데 진정한 강자를 겨냥한 인터넷 벤처들의 움직임도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벤처들은 획기적 기술혁신및 동업타사들과의 과감한 제휴,그리고 고수익 모델을 갖추지 못하면 IT르네상스 속에서도 21세기 생존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안정된 자금줄을 찾기 위해 기업공개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관련 비즈니스개발업체인 온 더 에지가 동영상전송기술 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액티비젼이라는 전문회사 주식을 사들인 것,
그리고 무료 인터넷접속 서비스업체인 제로가 유료로 전환한 것 등은 일본 벤처의 불안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인터넷 벤처들은 전체의 약 80%가 기업공개를 준비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말 7백2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약 40%가 늦어도 5년 이내에 기업을 공개할 의사를 갖고 있다.

10%는 1 2년 내를 공개시기로 잡고 있다.

한편 골드만 삭스의 헨리 폴슨 사장은 인터넷이 일본경제의 회복을 위한 묘약은 아니다며 정부 주도하의 직접투자 이상이 되지 못하면 일본의 IT혁명은 성공하지 못할 것 이라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도쿄=양승득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