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비행기는 어떤 원리에 의해 떠오를까.

왜 골프공의 표면은 울퉁불퉁할까.

왜 선박의 단면 형상은 유선형이어야 하는가.

이 모든 현상에는 유체역학이라는 과학적 원리가 응용된다.

한마디로 유체역학은 흐르는 액체나 기체의 움직임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조선산업,우주항공산업 등에 있어 아주 중요한 핵심기술이다.

유체역학에 관한 선조들의 지혜가 깃든 문화재가 있다.

경주에 소재한 우리나라 사적 제1호인 포석정(鮑石亭)이다.

포석정은 측벽이 평균 높이 22㎝ 정도의 63개 석재로 구성된 매우 안정적인 수로(水路) 구조물이다.

돌로 만든 수로에 물을 흐르게 하고 잔을 띄워 유상곡수(流觴曲水,흐르는 물에 잔을 띄워 보내 잔이 닿은 곳의 사람이 시를 짓는 놀이)를 하던 신라시대의 정원 유적이다.

포석정은 물이 흐를 때 소용돌이 현상이 같은 장소에서 계속 일어나도록 만들어 놓았다.

물의 흐름에 반하는 소용돌이 현상을 와류(渦流)라고 하는데 이러한 소용돌이 현상이 생기는 곳에서는 술잔이 회전하거나 머무르거나 갇히는 현상이 나타난다.

보통 공학적으로는 소용돌이 현상이 일어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용돌이 현상이 일어나면 돌아 흘러가는 부분에서 충돌이 일어나 에너지 분산이 일어나므로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배를 유선형으로 설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포석정은 역으로 소용돌이 현상을 이용한 것이다.

몇년 전 KAIST(한국과학기술원) 교수의 모형 실험과 컴퓨터 시뮬레이션 연구 결과에 의하면 포석정의 특이한 설계 때문에 갖가지 물의 흐름이 만들어지고 술잔을 띄웠을 때 잔이 회전하거나 머무르거나 갇히는 현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처럼 포석정은 유체역학의 확실한 지식 없이는 설계하기 힘든 과학적 작품이다.

중국과 일본에도 술잔을 물에 떠내려 보내는 수로가 있으나 포석정처럼 여러 사람이 둘러앉아 술을 마시고 잔을 채워 흘려보내면 상대의 자리 앞에 가서 빙빙 돌며 머무는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것으로 우리는 신라 장인들의 슬기와 지혜,유체역학에 관한 지식,기술 능력을 가늠할 수 있다.

포석정에 깃든 기술적 지혜가 오늘날 우리나라가 조선 강국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뿌리가 아닐까 생각한다.

손욱 삼성종합기술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