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직장이 다섯번째인데 또 퇴출될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정원석),"앞이 막막합니다. 되는 일은 없고 빚만 늘고...재산운을 알려주세요"(성섭군),"언제쯤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박지선),"대학은 잘 갈 수 있을까요"(김희운)...

다음 운세 사이트(fortune.daum.net) 상담게시판에 올라 있는 사연들이다.

한결같이 절절한 사연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하고 있다.

시험 결혼 승진 연애 거래 등 네티즌들의 질문도 다양하다.

질문자를 살펴보면 남녀노소가 골고루 분포돼 있다.

한 해가 가고 새 해가 다가오면서 운세 사이트들이 북적대기 시작했다.

게시판에는 하루 수십건의 사연이 올라오고 클릭회수도 대부분 수십회에 달한다.

운세 사이트를 운영하는 인터넷업체들은 시즌이 왔다고 보는지 이벤트를 벌이는 등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다수 운세 사이트들은 회원들에게 무료로 운세상담을 해준다.

생년월일시와 성별만 입력하면 오늘의 운세,금주의 운세,이달의 운세,금년의 운세 등을 알려준다.

간혹 유료상담을 하는 사이트도 있지만 운세 서비스는 무료라는 인식이 강한 편이다.

특히 포털에는 운세를 무료로 알려주는 코너 있다.

100핫(www.100hot.co.kr)이 매긴 운세 사이트 10위권에는 다음 라이코스 네이버 심마니 엠파스 등 포털이 5개나 포함돼 있다.

인터넷으로 책 한두권 분량의 정보를 눈 깜짝할 사이에 주고받는 정보시대라지만 운세를 알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은 예전과 다름이 없는 것 같다.

운세 사이트를 누비다 보면 방문자가 많고 상담에 임하는 방문자들의 진지한 태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네티즌들은 너나없이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펼쳐질지 물으며 전문가들한테 진지하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운세 사이트는 네티즌들에게 재미를 주고 있는 것 같다.

운세 상담원들은 때로운 인생의 조언자 역할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랑"이라는 아이디의 네티즌은 "벼랑 끝에 서 있는 저에게 도움을 주세요"라는 글을 운세 사이트에 올려 놓았다.

이것이 질문의 전부이다.

이에 대해 상담원은 "사귄지 3년쯤 된 듯 한데 인연이 다한 것 같습니다. 내년이면 남자운이 돌아오니 기다려 보세요"라고 써놓았다.

제3자에게도 웃음을 주는 문답이다.

그러나 같은 사람에 대해 사이트에 따라 정반대의 운세를 알려주기도 한다.

다음 사이트에서는 한경제 기자의 "내일(28일)의 운세" 점수를 마이너스 14점이라며 "언행을 조심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한미르 운세 사이트(ffile.hanmir.com)에서는 "오늘은 기분이 상쾌하고 정신이 맑아 매사가 뜻대로 풀릴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이런 까닭에 운세 상담원들은 "운세를 무시해서도 안되고 과신해서도 안된다"고 말한다.

그저 참고만 하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인터넷시대에 운세 사이트가 붐비는 것을 보면 "한국은 지금 문화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미국 언론의 지적에 분명 일리가 있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