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자살을 도와준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면서 자살이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흔히 자살은 개인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자살의 메카니즘을 좀 더 체계적으로 규명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 결과 자살이 뇌의 신경전달물질과 관계 있다는 신경생리학적 접근부터 자신의 유전자를 더욱 오래 보존하기 위한 개체들의 전략이라는 진화유전학적 접근까지 다양한 과학적 설명을 내놓고 있다.

◆신경전달물질의 작용=과학자들은 뇌 속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량이 낮은 사람은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 컬럼비아 장로회 메디컬센터의 존 맨 박사는 지난 96년 열린 미국신경학회 회의에서 뇌 속에 있는 중요한 신경전달 단백질인 세로토닌 분비량이 정상수준보다 20∼25% 적은 사람은 자살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세로토닌 분비량이 적은 우울증환자는 세로토닌 분비가 정상인 다른 우울증환자에 비해 자살할 가능성이 4∼6배 높다는 것.

흥미로운 것은 세로토닌 분비량이 폭력성과도 관련있다는 점이다.

민성길 연세대 신경정신과 교수는 "세로토닌 분비량이 적을수록 공격성이 강해진다"며 자살은 폭력성과 연관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살인이 다른 사람에 대한 폭력이라면 자살은 자신에 대한 폭력"이라며 "내성적인 성격 등 여러가지 이유로 폭력성이 내부로 향했을 때 자살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유전자 보존을 위한 전략=생물학자들은 자살이 희생을 통해 자신의 유전자를 더 오래 보존하려는 생명체의 전략이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정글에서 사자를 만난 유인원 가족 중 하나가 스스로를 희생해 가족들을 살렸다면 그의 유전자는 생존한 형제 자매를 통해 오히려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게 생물학자들의 설명이다.

정신의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의 경우도 자살을 심각하게 고민할 때 대부분 그것이 가족들을 위해 최선의 선택이라는 이타적인 관점에서 생각한다고 한다.

하지만 생물학자들은 이런 관점의 바탕에는 자신의 유전자를 더 오래 보존하려는 이기적인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고 있다.

◆전자기파의 영향=전자기파에 많이 노출된 사람일수록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국내 5개 전기회사에 근무하는 전기기사들의 자살 위험률이 일반인보다 2배가 높고 전선 보수공의 경우 1.5배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전자기파가 멜라토닌 생성을 억제하며 이 물질이 감소하면 우울증이 오게 돼 자살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