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화폐업체들의 수수료 인하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 초 인터넷 전자화폐업체들이 콘텐츠업체(CP)로부터 받는 수수료는 약 25% 안팎이었고 쇼핑몰 수수료는 5%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들어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면서 시장 선점경쟁이 불붙자 CP 수수료는 종전의 절반 이하인 10%대로,신용카드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쇼핑몰업체의 수수료는 4%대로 떨어졌다.

아이캐시의 경우 CP업체에 따라 8%까지 수수료를 낮춰받고 있으며 회원들에게 사용금액의 5%를 전자화폐로 되돌려줘 결국 3%의 마진을 남기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아이캐시 관계자는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자 아예 마케팅 비용 대신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일정액을 되돌려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전자화폐시장에는 이코인 아이캐시 등 선발업체 두세 곳만 시장에 진출했지만 올 상반기에는 수십개 업체가 난립,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이는 소액결제시장이 이익을 남기는 틈새시장으로 인식돼 중소업체들의 진출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시장 선두업체인 이코인의 경우 CP로부터 받는 수수료중 오프라인 유통비로 지출되는 12%를 제외하면 이익은 8∼18% 정도다.

이코인 관계자는 "후발업체들이 콘텐츠업체를 확보하기 위해 수수료를 낮춘 것이 결국 자기 발목을 잡은 형국"이라며 "적정 수수료율이 15% 정도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이버패스의 관계자도 "지금같은 수수료로는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전자화폐업체인 엔캐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업체는 소액지불결제에 쓰이는 전자화폐로는 이익이 나지 않아 빌링솔루션개발 및 판매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이 아직 초기단계인 데다 수익기반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너무 많은 업체들이 진출,수수료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종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와 관련,전자화폐업체들의 단합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전경련 주도로 전자화폐경영자모임이 열려 여러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업계의 단합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공동의 인식 때문이다.

이와 함께 소액결제는 CP들의 콘텐츠 유료화에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요소이기 때문에 전자화폐업체들의 고사는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이다.

한편에서는 수수료 인하가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는 인터넷이 네티즌의 편의 위주로 서비스되고 경쟁력 있는 업체가 살아남게 된다는 지적과 같은 맥락이다.

결국 시장이 어떤 모습으로든 재편되면서 생존하는 업체는 더욱 건실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