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출판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전자책(e-book) 산업이 겉돌고 있다.

국내에서만 솔루션 뷰어 콘텐츠 등 전자책 관련 산업에 뛰어든 업체들이 50여개에 이르고 있지만 뷰어(viewer) 표준화,저작권,보안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종이책을 대신할 새로운 개념의 책''으로 많은 관심을 받아온 전자책은 ''불편하고 돈만 잡아먹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알맹이도 없는 사업에 너도 나도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히는 것은 전자책을 볼 수 있는 기구인 뷰어의 표준화 문제.

미국에서는 지난해 9월 마이크로소프트사(MS) 등 73개 업체 및 기관이 참여한 OEBF(오픈 e북 포럼)가 MS사의 ''XML(Extensible Markup Language)'' 방식을 표준규격으로 채택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에버북닷컴 바로북 와이즈북 북토피아 예스24 등이 전자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지만 문서를 보는 방식이 통일돼 있지 않아 일일이 자체 뷰어를 설치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들 업체는 MS사의 XML과 어도비사의 PDF(Portable Document Format) 등 각기 다른 뷰어를 채택하고 있다.

이와 관련,출판관계자는 "뷰어의 대당 가격이 70만∼80만원으로 비싸고 시장성을 확신하지 못한 뷰어 제작업체가 본격적인 생산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도 전자책 저변 확대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자책 업체,작가,출판사들 간에 마찰을 빚고 있는 저작권 문제도 전자책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전자책의 핵심은 ''콘텐츠''인 만큼 각 업체는 ''유명작가 모시기''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일반 출판물에 적용하는 ''20% 인세''를 그대로 적용할지 여부와 지난 7월 저작권법에 신설된 ''전송권'' 문제 등으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불법문제를 막을 수 있는 보안기술 도입도 관건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3월 인기작가 스티븐 킹의 추리소설 ''총알 타기''가 서비스 시작 다음날 무단복제된 사례가 있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한국 디지털 콘텐츠 포럼이 디지털 콘텐츠 식별체계를 개방 중이며 한국 전자북은 펜타시큐리티의 보안솔루션을 도입했다.

예스24와 바로북닷컴도 보안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의 보안체계는 무단복제를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자책 산업은 간편성과 싼 값이라는 무기로 종이책이 담당할 수 없는 새로운 책시장을 창출해낼 수 있는 유망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3∼5년 내에 전자책 관련 시장이 2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