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좀 시들해진 것 같은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밖에 나가지 않고 인터넷만으로 모든 생활을 영위토록 하는 실험이나 경연대회가 널리 유행했다.

인터넷의 위력 과시용이다.

그런데 이런 소식에 접할 때마다 궁금한 것은 대금결제다.

인터넷으로 자장면을 한 그릇 주문했다면 대금을 어떻게 치를까?

현금으로?

인터넷통장으로?

신용카드로?

만약 현금이 다 떨어졌다면?

은행 영업이 종료된 시간대라면?

또 상인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한다면?

인터넷이 막강하다지만 이런 대금결제 문제에선 여전히 미심쩍고 불편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신용카드 회사들은 물론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까지 나서 전자화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집적회로 칩이 내장된 카드로 은행 계좌 돈을 내려 받거나 이체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이 경우엔 이 카드를 위한 전용 단말기가 있어야 하므로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전자화폐 개발은 5년이 지나도록 말만 무성할 뿐 별 성과가 없다.

이런 가운데 영업개시 후 1년밖에 안된 미국 팔로알토의 한 인터넷 송금업체 페이팔(PayPal)이 사이버 세계의 명실상부한 표준통화로 급속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내년중 나스닥 상장, 2002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는 직원 5백명의 애송이 회사지만 벌써부터 인터넷 대금결제의 표준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10월말 현재 사용자가 4백50만명에 육박하고 하루 취급액수가 72억원에 이르는데 이 통계는 매일 크게 달라진다.

세계적 인터넷 경매업체인 e베이의 거래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이 회사를 통해 결제되고, 네티즌 중에는 이를 사용하지 않는 상점이나 고객과는 아예 거래하지 않는 이도 있다.

금융서비스 분야 인터넷 통신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대금결제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원래 스탠퍼드대학 법학박사(JD) 출신으로 증권전문 변호사를 역임한 피터 티얼과 우크라이나 이민자로 일리노이대학을 졸업한 컴퓨터 프로그래머 맥스 레브친(25)이 지난 1998년 12월 공동 창립한 데이터 보안업체 콘피니티사의 사이트였다.

이들은 암호학의 대가들인 스탠퍼드대학 댄 보네 교수와 마틴 헬만 교수의 도움으로 지난해 7월 손바닥 컴퓨터인 팜파일럿으로 네티즌들이 서로 안심하고 무선 송금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냈다.

다만 그 보급 수준이 당시 저조함을 알고 우선 10월부터 일반 컴퓨터에서 e메일로 돈을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마침 99년 12월 인터넷 은행업을 개시한 엑스닷컴(X.com)과 올 3월 합병, X.com으로 개명했다.

팜파일럿 송금서비스는 올 6월부터 시작됐다.

페이팔의 서비스는 의외로 간단하다.

누군가에게 돈을 보내고 싶으면 페이팔을 불러내 상대방 e메일 주소와 금액만 적으면 된다.

자금의 원천은 은행계좌, 신용카드 페이팔계좌 등이다.

상대방에겐 돈이 들어왔다는 메시지가 전해진다.

받는 측은 이를 근거로 페이팔에 자기 은행계좌나 신용카드에 해당 금액을 입금토록 하거나 페이팔 계좌를 개설해 그곳에 저축한다.

거래 쌍방이 서로의 계좌 정보를 교환하지 않아 보안성이 그만큼 높다.

페이팔 서비스는 대부분 무료다.

대신 페이팔 계좌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들에 대해서는 관련 자금을 2~3일 정도 묵혔다 내줌으로써 거기서 생기는 이자 수입을 얻는다.

다만 최근에는 페이팔 계좌 대기자금의 운영 수익금이 많아진데다 업계 리더 지위를 확고히 굳혔다고 판단하고 거래가 많은 고객에 대해서는 소정의 수수료를 물리고 있다.

페이팔 예금에 대해서는 이자 지급도 고려중이다.

전문위원.경영博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