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e비즈니스 업계를 주도하는 IBM.

아직도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머신스"란 긴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면 "세계 최대의 기업"이란 수식어가 붙을 수 있었을까.

IBM은 "훌륭한 디자인이 훌륭한 비즈니스"란 모토를 내걸고 일찍부터 CI(기업 이미지통합)작업을 적극 추진해 왔다.

최근 인터브랜드의 인지도 조사결과에 따르면 IBM의 브랜드 가치는 5백32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브랜드 가치 높이기 경쟁이 국내 인터넷업계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IT(정보기술)시장이 급팽창함에 따라 선.후발업체들이 속속 CI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CI(Corporate Identity)란 단일한 기업이미지를 창출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작업으로 종전에는 대기업을 비롯한 굴뚝기업들이 활발하게 도입해왔다.

특히 삼성 LG 등이 지난 90년대초부터 수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CI 개편작업을 벌였던 게 대표적인 예다.

최근 유니텔 옥션 심마니 등 대형 인터넷업체들이 잇따라 CI를 개편하고 나섰다.

이들은 소비자에게 자사의 로고를 각인시켜 인지도를 확산하는 데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니텔은 지난 3월 삼성SDS로부터 독립하면서 회사명의 첫 글자인 ''U''에 컬러로 색을 입힌 심벌을 사용,인지도 높이기 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심마니는 지난 7월 자사의 인터넷주소(URL)를 강조하던 기존 로고를 CI전문업체에 의뢰해 ''젊고 다양하며 재미있는'' 분위기로 바꿨다.

사이트 주소가 많이 알려진데다 종합포털로서의 이미지를 혁신하기 위한 것이다.

옥션은 지난달부터 ''A''자를 활용한 로고를 확정,인터넷 선두업체로서의 이미지를 확산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업계 후발주자들도 최근 CI를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재인식하면서 창업과 동시에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솔루션 개발업체인 코페이지는 최근 일반 네티즌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시하기에 앞서 CI를 통한 브랜드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같이 IT기업을 중심으로 한 CI는 미국의 경우 이미 70년대부터 붐을 이뤘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휴렛팩커드(HP) 야후 등 세계 굴지의 정보통신업체들이 일찌감치 CI로 무장,이미지 하나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폴 랜드 예일대 교수는 "CI야말로 기업의 성격과 강점을 소비자에게 가장 쉽게 전달하는 최적의 수단"이라며 "이 속에는 기업의 특성,사업영역 등 총체적인 의미가 담겨져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브랜드가 ''최고''의 가치로 평가되는 인터넷서비스업체들의 경우 CI만을 위해 수천만∼수억원의 비용을 들여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김혜옥 디자인커넥션 사장은 "하루에도 수십개의 인터넷업체가 새로 시장에 진입하는 상황에서 CI는 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