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손쉽게 내려받을 수 있는 디지털음악 MP3가 전세계 음악 마니아들을 사로잡고 있다.

MP3의 등장은 기존 음반회사들에 또다른 위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인터넷에 음악파일만 올려놓으면 무한정 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음반회사들은 MP3 상용화 초기부터 저작권 보호를 외치고 나왔다.

특히 세계적인 거대 음반사들의 경우 아예 저작권 보호기술개발을 주도하면서 모든 MP3 파일에 저작권을 걸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MP3의 대중화에 따라 MP3플레이어보다 오히려 MP3 저작권 보호기술이 더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세계 MP3플레이어 업체들은 너도나도 저작권 보호기술 개발에 앞다퉈 나서면서 이 분야 표준전쟁에 속속 가담하고 있다.

◆왜 기술표준을 놓고 경쟁하나=MP3업체들이 앞다퉈 기술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로열티 수입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기술이 시장을 지배하게 되면 MP3플레이어 업체는 물론 음반사들까지 로열티를 지불해야 한다.

전문기관에 따르면 MP3플레이어 보급대수는 오는 2003년께 7백50만대에 이를 전망이다.

따라서 로열티 수익만 수억달러에 달한다.

여기에다 저작권보호 기술이 MP3파일에까지 확대되면 로열티 규모는 예측 이상으로 커진다.

표준기술의 영향력은 로열티 수입에 그치지 않는다.

MP3플레이어 제조업체에도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치게 된다.

만약 한 음반회사가 A라는 표준으로 MP3음악을 만들면 A표준을 따르는 MP3플레이어로만 들을 수 있다.

따라서 기술표준을 빼앗기면 MP3플레이어 시장까지 잃을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관건은 대형 음반사에 있다=MP3 저작권보호 기술은 전형적인 ''사실상의 표준''에 속한다.

예컨대 북미의 MP3 저작권보호기술 표준단체인 SDMI(Secure Digital Music Initiative)는 표준을 일방적으로 정하지 않는다.

단지 기준만을 제시할 뿐이다.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기술은 모두 표준 자격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어느 기술이 최종적인 표준으로 결정되느냐는 결국 시장이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어느 기술이 시장지배력을 갖게 되느냐는 거대 음반사의 선택에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거대 음반사가 특정 저작권 보호기술을 채택할 경우 MP3파일뿐 아니라 MP3플레이어 업체들도 그 기술을 따라 적용해야 한다.대형 음반사의 결정이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되는 셈"(유준재 전자부품연구원 박사)이라는 설명이다.

◆어떤 기술이 표준으로 떠오르고 있나=현재 SDMI에서 표준 다툼을 벌이고 있는 기술은 삼성의 시큐맥스,인터트러스트의 블루매터,소니의 오픈MG 등이다.

인텔과 IBM도 별도의 기술을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기술이 우수하다고 반드시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기술력 못지 않게 마케팅력 등 시장침투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디지털컨버전스팀의 조성원 과장은 "VTR 표준싸움에서 마쓰시타가 마케팅력 등을 앞세워 소니를 앞섰듯이 MP3 저작권보호 기술표준에서도 소비자와 MP3플레이어 업체,음반회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포섭하느냐에 따라 최후 승자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종태·김경근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