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線)으로부터의 해방''

사무실에 있는 PC나 프린터 팩시밀리 전화기 등 각종 정보기기들 간에는 수많은 선들이 마치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이같은 선들이 없어지면 얼마나 간편할까.

차세대 무선통신의 혁명으로 불리는 ''블루투스''의 등장으로 조만간 이런 꿈이 실현된다.

블루투스는 정보기기들을 연결선 없이 서로 데이터교환이 가능하게 하는 근거리 무선데이터 전송기술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사무실이나 가정의 모든 디지털 기기에 적용할 수 있다.

가령 블루투스 기능이 내장된 휴대폰으로 원격조종해 가방안의 MP3플레이어를 작동시킨 후 선이 없는 이어폰으로 음악을 듣는 식이다.

블루투스 관련 시장은 기술이 본격 상용화되는 오는 2001년부터 폭발적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2002년 디지털 휴대폰 2억5천만대,PC 2억대가 블루투스 기능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만큼 에릭슨 인텔 도시바 등 선진국업체들은 블루투스 기술을 주도해 나가기 위해 공동전선을 구축하는 등 치밀한 전략 마련에 나서고 있다.

◆블루투스의 탄생=에릭슨 IBM 인텔 노키아 도시바 등 5개사는 블루투스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 지난 98년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를 결성했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 모토로라 루슨트테크놀로지 등을 참여시키면서 세를 늘려나갔다.

2000년 7월 기준으로 SIG에는 전세계 1천8백여개 업체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으며 국내의 경우 63개 대기업 및 중소·벤처기업이 활동중이다.

SIG는 국제 표준화단체인 IEEE 실무그룹과 협력해 블루투스 표준규격을 정한다.

1.0버전(99년 7월),1.0B버전(99년 12월)에 이어 지금은 1.1버전에 대해 막바지 작업이 진행중이다.

한번 규격이 정해지면 블루투스 기술을 사용하는 전세계 모든 기업은 이를 따라야 한다.

◆소수 그룹이 주도=블루투스는 다른 기술표준과 달리 오픈 라이선스(open licence) 정책을 취하고 있다.

정해진 규격은 회원이면 누구나 무상으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블루투스를 이른 시일 안에 퍼뜨리려는 SIG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몇개 그룹이 표준규격을 독점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에릭슨 IBM 도시바 등 당초 SIG를 제안한 프로모터(Promoter)그룹이 바로 그들이다.

규격을 무료로 공개하는데 과연 독점이 의미가 있을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규격을 주도하는 업체들의 경우 시장의 트렌드를 먼저 예측하고 자신들의 뜻대로 조정할 수 있어 결국 경쟁에서 앞서나갈 수밖에 없다"(박성수 전자통신연구원 박사)고 말한다.

◆칩과 응용제품 개발이 관건="표준규격에서 밀렸더라도 남보다 먼저 칩을 개발하고 응용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내놓으면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장기철 LG이노텍 책임연구원)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표준을 주도하는 선진 업체들이 핵심칩 기술 개발에서 한발 앞서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응용제품 개발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에릭슨 모토로라 노키아의 경우 블루투스가 적용된 휴대폰 개발을 끝내고 시험제품을 내놓았으며 인텔 도시바 등은 블루투스 기능을 갖춘 노트북PC를 발표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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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어설명 ]

<>블루투스(Bluetooth)=10세기 덴마크 바이킹 지도자인 헤럴드 불탄의 별명 "푸른 이"에서 따온 것이다.

이 별명은 불탄왕이 블루베리를 즐겨 항상 이가 파란 상태여서 붙여진 것이다.

오늘날 무선근거리통신을 블루투스로 딴 것은 불탄왕이 북유럽을 통일했듯이 이 기술로 모든 디지털 기기를 하나로 묶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