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돈을 내고 소프트웨어를 구입하는 일은 없어질 것이다.
우리가 수돗물을 사먹는 것처럼 필요한 만큼 소프트웨어를 쓰고 쓴 만큼만 돈을 내는 시대가 올 것이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스콧 맥닐리 회장의 예언처럼 소프트웨어를 임대해 쓰는 만큼 돈을 내는 시대가 오고 있다.

소프트웨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ASP(응용소프트웨어제공) 산업이 그것이다.

국내에서 ASP는 아직 걸음마단계로 기업의 기간시스템에 대한 ASP 서비스가 상용화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현재 LG-EDS시스템에서 분사한 넥서브가 영실업과 제이텔을 대상으로 상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작년부터 ASP 진출을 선언한 기업들이 1백여개에 달하는 것을 감안할때 상용서비스는 지지부진한 상태이다.

이런 이유는 기업들이 ASP를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은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ASP로 전산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데 의문을 품고 있다.

이런 현실 때문에 ASP 진출업체의 상당수가 시장에서 퇴출될 전망이고 서비스가 본격화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ASP 시장은 그러나 최근 들어 급류를 타고 있다.

ASP 시장의 주도권이 소규모 벤처회사에서 대형 업체로 이전되는 손바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형 IDC(인터넷데이터센터)를 갖춘 한국통신 데이콤 등 통신회사들과 삼성SDS, SK C&C, 포스데이타 등 SI 업체들이 ASP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오라클 SAP MS 등이 제휴, ASP 사업자를 선정해 시장을 적극 공략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맞서 국내 ERP 업체들도 상호 제휴를 통해 몸집불리기를 통한 시장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서비스도 오피스제품이나 그룹웨어 등 작은 규모에서 ERP(전사적자원관리) CRM(고객관계관리) KMS(지식관리시스템)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업계의 움직임 못지않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ASP사업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앞당길 첨병으로 ASP 사업을 지목하고 있는 것이다.

우선 중소기업들이 산재한 지방공단들을 ASP 시장의 지역거점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정보통신부와 중소기업청은 최근 광주 하남, 대구 성서, 경기 부천,서울 구로 등 공단지역을 "중소기업 정보화" 시범지역으로 정하고 지원자금을 편성해 ASP 보급을 추진중이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 상반기에 ASP 산업이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한국ASP컨소시엄(회장 김익래)이 지난 10월중순 회원사중 30개사를 대상으로 사업추진현황및 계획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 회사의 올해 매출액은 1천5백38억원, 내년 예상매출액은 4천9억원으로 집계됐다.

즉 내년에는 올해보다 사업규모가 2.5배나 늘어나게 된다.

이들 기업은 서비스개시후 3년이내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ASP 서비스가 이제 시작인 만큼 기업들로부터 안정적이고 저렴한 서비스라는 인식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2001년이 ASP 사업의 도약을 가늠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