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방을 소니에 내줄 수 없다''

1999년 3월2일.

미국 워싱턴주 레드먼드시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본사에서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일본 소니가 이날 오전 차세대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공개한지 불과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시 MS 사장이던 릭 톰슨은 "소니가 PS2로 MS와 인텔에 선전포고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소니 사장이던 구타라키 겐이 PS2 설명회에 모인 1천여명의 관중 앞에서 "PS2가 앞으로 PC세계에서 MS와 인텔에 대해 근본적인 도전이 될 지 모른다"고 말한 대목을 전해들은 것이다.

MS 회장인 빌 게이츠도 "이대로 거실을 소니에 독점당해도 되는가"라며 측근들에게 대항책 마련을 촉구했다.

3개월동안의 기나긴 전략회의 결과 PS2의 대항마로 엑스박스(X-Box)를 개발하기로 했다.

게임분야 경험이 전무한 톰슨은 게임업계의 유수한 업체와 접근하면서 돌파구를 찾아나갔다.

스퀘어 매수,남코와 합병,세가엔터프라이즈와 제휴….

물밑에서 수많은 기업을 포섭하면서 추진해온 X-Box 프로젝트는 2000년 3월10일 드디어 출항했다.


◆소니의 PS2 전략=PS2가 과연 어떤 게임기이길래 MS는 그토록 당황했을까.

PS2는 소니가 세계 정보가전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내놓은 야심작이다.

그런만큼 PS2는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다.

인터넷 접속은 물론 DVD 영화까지 즐길 수 있는 종합 정보가전 단말기다.

PS2를 통하면 가정내에서 PC 오디오 비디오 등이 필요없어진다.

PS2는 시장에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일본에서만 이미 1백만대 이상이 팔렸고 미국에서도 공식 판매전 20만여명이 인터넷을 통해 미리 주문을 냈을 정도다.

더욱이 소니는 PS2 이전제품인 PS1으로 전세계에 7천3백만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상태다.

닌텐도와 세가 제품은 인기를 잃은지 오래다.

소니는 아예 PS2로 연간 2천억달러에 달하는 세계 게임시장의 표준을 바꾸려 하고 있다.


◆MS의 반격=''PC시대의 맹주'' MS는 PC가 영원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PS2 등장으로 이같은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전세계 가정내 디지털화의 중심이 PS2가 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한 것이다.

MS가 PS2에 대항해 내놓은 회심작 X-Box는 아직 개발중이다.

시장에는 내년 가을께나 출시될 예정이다.

PS2보다 무려 2년이나 늦게 나와 제대로 경쟁할 수 있을까.

MS는 성능이나 기능에서 PS2와 비교도 안될 정도로 뛰어나 전혀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X-Box는 그래픽 성능이나 인터넷 접속기능 등이 PS2보다 훨씬 우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X-Box의 전망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MS가 X-Box프로젝트를 발표한 날 주가가 하락한 것도 이같은 반증이다.

과연 MS가 게임분야에서 소니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인가.

결과가 어떻게 되든 향후 게임기시장은 소니와 MS의 싸움으로 압축돼 진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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