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을 장악하는 자가 전자상거래 시장을 지배한다"

정부 및 학계, 산업계가 공동으로 전자상거래 표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민.관 합동기구인 전자상거래 표준화 통합포럼(ECIF, 위원장 박용성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사무국이 지난 9월 대한상의 내에 문을 연 뒤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전자카탈로그 표준안을 마련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초까지 국제적인 호환성을 가진 전자카탈로그 국가 표준안이 마련되는 등 전자상거래 표준화 작업이 본궤도에 올라설 전망이다.

전자상거래 또는 정보기술 분야에서 표준화의 부재는 기업의 중복 투자와 사용자 불편을 초래하기 때문에 기술 개발과는 동전의 앞뒷면처럼 불가분의 관계다.

예를 들면 기업간 전자상거래(B2B)에서 전자 카탈로그의 표준과 상품코드가 다를 경우 거래가 제대로 될리 없다.

어떤 휴대폰은 해외 출장중에도 맘대로 쓸 수 있고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런 기능을 못하는 휴대폰이 팔리겠는가.

기업들은 부호분할 다중접속(CDMA)이나 동영상 압축방식(MPEG4)의 표준화를 통해 시장을 넓히고 막대한 로열티를 챙길 수 있다고 보고 기술개발에 나섰다.

최근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차세대 영상이동통신 IMT-2000과 인터넷 방송에 사용되는 MPEG4 표준 규격을 국제적으로 획득, 수백억원의 로열티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반대로 DVD(디지털비디오디스크)와 같이 표준 규격 제정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기업들은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를 부담하고 있다.

뒤늦게 표준운영위원회에 들어간 실정이다.

지난 70,80년대 VTR 방식의 표준화를 둘러싸고 일본 소니(베타맥스 방식)와 일본 빅터(VHS방식)가 싸움을 벌여 VHS 진영이 이기는 과정에서 입증됐듯 "표준화 선점이 기술의 우수성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은 전자상거래 시대에도 그대로 통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 표준화 현황 =첨단 분야의 주제들은 항상 표준화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닌다.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재계의 핫이슈로 떠오른 IMT-2000을 비롯 전자책과 전자 카탈로그, 리눅스, MPEG4, XML(확장표시언어), 무선인터넷의 기술표준 문제 등도 바로 표준화의 예다.

국내에선 전자책을 준비하는 수백개의 업체들마다 독자적으로 솔루션(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시스템), 인터넷 송수신 화면,문서표준 등을 중복 개발중이다.

무선 인터넷에선 사업자간의 연결망 연동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언어 표준마저 SK텔레콤, 신세기통신, LG텔레콤, 한통프리텔, 한통엠닷컴 등이 서로 달라 배타적인 운영을 하고 있다.

가입 회사가 다르면 인터넷 전자우편을 서로 송수신할 수 없다는 얘기다.

외국에선 민간 기업과 단체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민간 포럼이 활성화돼 있다.

주요 민간포럼으로는 *인터넷 분야의 W3C *MEPG4 분야의 M4IF *무선인터넷 분야의 WAP *전자상거래 전반을 다루는 유럽의 ECE *일본의 ECOM 등이 있다.

<> 국내 표준화 작업 =표준화 주도권 싸움을 벌여온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는 공동으로 지난 6월28일 전자상거래 표준화 통합포럼을 구성했다.

이 포럼은 *기업.단체간 중복투자 축소 *의견 총괄조정 *표준체체 정립 *국제표준화 활동 강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통합포럼 오천수 사무국장은 "연말까지 회원 확보, 국가 전자상거래 표준화 로드맵 초안의 개발, 4개 주요 부문 기술위원회 구성 및 실무 표준화 작업의 착수 등을 매듭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자상거래 표준화 로드맵이란 전자상거래 표준체계를 정립하고 표준개발 우선 순위를 선정하는 지침서다.

기술위원회는 표준 관련 논의 및 표준 개발 제안 등을 위한 통합 포럼의 핵심 조직.

통합 포럼은 *전자지불 *전자 카탈로그 *전자문서 *전자상거래 서비스 등 4개 기술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있다.

통합포럼에는 삼성전자 LG전자 한국통신 데이콤 한국전력공사 한국중공업 등 기존 대기업에서부터 라이코스코리아 일렉트로피아 등 온라인 기업과 벤처기업들이 대부분 가입했다.

대한상의 한국표준협회 한국전산원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전자거래진흥원 등 16개 단체들도 활동중이다.

문의는 홈페이지(www.ecif.or.kr)나 사무국 (02)316-3364.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