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달 국무총리 주재 에너지절감 대책회의에서 예고했던 대로 월 3백KWh 이상 전기 소비 가구에 대한 전기요금이 다음달부터 오른다.

그러나 이는 조만간 닥쳐올 기후협약 쇼크에 비하면 약과에 불과하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0년 전 수준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전력소비량을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여야 하는데 그러자면 엄청난 경제활동의 항구적 위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연히 우리의 관심은 획기적으로 전력 소모량을 줄인 전기기구와 파격적으로 전력을 많이 생산해 내는 발전설비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중 전자와 관련해 필자는 지난 17일자 본란에서 1백22년 역사의 전구를 대신할 순백색 발광 다이오드가 일본 니치아화학에 의해 곧 시판될 예정임을 소개했다.

오늘은 후자, 즉 전력 생산부문에서의 혁신자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영국 런던 소재 임페리얼 칼리지의 콜린 베산트 교수 등 공대교수들이 지난 89년 출범시킨 터보젠셋(Turbo Genset Inc.)이다.

이 회사 회장이자 사장인 콜린 베산트 교수는 1963년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로 부임한 이래 GEC 마르코니, 롤스로이스, 영국핵에너지청 등과 함께 줄곧 선진제조기술 개발에 진력해 왔다.

지난 86년부터는 고효율 발전기 개발에 착수해 89년 드디어 네오디뮴 철붕소라는 희귀 자석물질을 활용한 축성(軸性) 자장발전기 특허를 따냈다.

연약한 네오디뮴 철붕소를 고강도 탄소섬유에 담고, 재래식 발전기의 로토와 스테이터 사이의 방사형 자장을 축성으로 바꾸는 등 두 가지 혁신을 통해 분당 5만~6만번 회전해도 과열되지 않고 쉽게 통제 가능한 교류발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이 회사가 최초로 개발해 낸 50kW짜리 발전기는 자동차에 장착되는 발전기와 같은 규모이면서도 그 50배나 되는 전력을 생산해 내는 것이었다.

최근 개발을 끝낸 4백kW급 발전기는 2m x 2m x 1m의 부피로서 50층 짜리 빌딩 하나를 거뜬히 지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이어 터보젠셋은 지난 19일 곧 내놓을 발전기는 핸드백만한 것이 될 것이라며 세계 모든 가정과 경전철은 향후 이로써 모든 전력수요를 충당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거대하고 비효율적인 발전소들과 보기 흉한 전선줄이 모두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시제품은 4백kW 짜리만 여덟개나 되지만 아직 한대의 제품 판매 실적도 없다.

하지만 BP아모코, 디트로이트 에디슨 전력회사, 세계적 항공기 엔진 메이커 프랫 앤드 휘트니, GE 등의 주문과 공동제품개발계획 등으로 이 회사 시가총액은 무려 1조4천억원에 달한다.

그것도 런던 증시에 상장돼 있는 기술개발 전담회사 터보젠셋Inc.의 경우만 그렇다.

캐나다 토론토 증시에 상장돼 있는 제조 및 판매 자회사 터보젠셋 Co. Ltd.의 시가총액은 별도로 1조7천억원이다.

그러나 이 회사의 비상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내년부터 미국에서 기관차에 대한 배기가스 배출기준이 대폭 강화되는 것을 필두로 세계 각국이 기후협약 실천단계에 속속 돌입하고 있어 터보젠셋 제품에 대한 수요는 앞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포천 5백대 기업의 최상층부를 무더기로 차지했던 것이 석유 채굴업체들이었다면 이제 21세기에는 터보젠셋과 같은 에너지 생산성 1위 기업이 그 정상에 오를 차례다.

전문위원.경영博 shin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