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양재동 소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텔스톤 연구실.

가무잡잡한 피부색의 인도인들이 한국인들과 머리를 맞대고 열심히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인도에 있는 미국 컴퓨터 회사에서 일하다가 지난달 이 회사로 자리를 옮긴 프로그래머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은 텔스톤이 역점 사업으로 추진중인 커뮤니케이션 서버 개발 업무.

"전화 팩스 e-메일 등 각종 통신을 데이터베이스화해 언제 어디서나 자신에게 온 전화 팩스 등을 검색할 수 있는 시스템이지요. 연구소에서 개발을 끝내면 본사로 넘겨 상품화시키게 됩니다"

이동한 텔스톤 사장은 인도인 프로그래머들이 미국 회사 근무 경험을 살려 좋은 의견을 내놓기도 해 많은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기술(IT) 전문가를 구하기 힘들어지자 최근 인도 기술자들이 국내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상당히 앞서 있는데다 인건비도 비교적 싸 이를 활용하는 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인도 현지 전문업체와 손잡고 인도 기술자를 국내에 소개하는 전문 헤드헌트도 등장했다.

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정보기술 인력은 오는 2004년까지 약 21만명이 모자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석.박사급 고급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할 것으로 정보통신부는 분석하고 있다.

업계는 부족한 고급인력을 인도 기술자들이 상당히 메워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국내 인도 프로그래머 현황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인도 기술자들은 대부분 프로그래머들이다.

삼성물산은 15명의 인도 프로그래머를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캠크로스 등 각종 e-마켓플레이스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SDS도 3명의 인도인을 고용하고 있다.

삼성SDS는 내년초 인도에 소프트웨어센터를 설립, 인도인들을 현지에서 대량 채용해 국내외에서 프로젝트를 온라인으로 동시 진행시킬 방침이다.

하나은행이 개발중인 인터넷 뱅킹 시스템에도 인도 기술자 2명이 활동중이다.

하나은행으로부터 업무를 위탁받은 소프트웨어개발업체 에스원은 인도인 중국인 호주인 등 모두 5명을 투입하고 있다.

텔스톤에서 일하는 인도인 아르빈드(26)씨는 "올들어 한국에 들어온 동료 기술자는 줄잡아 2백-3백명 정도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 인도 인력 알선업체 등장 =LG-EDS의 사내 벤처인 LG솔루션마트는 최근 디지털인디아와 업무 협조 계약을 체결했다.

디지털인디아는 미국 컴팩사가 51%의 지분을 소유한 소프트웨어 서비스업체로 유럽 아시아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IT 인력을 공급하고 있다.

LG솔루션마트는 디지털인디아의 한국사무소인 2ii 테크놀로지를 통해 인도 기술자를 국내 기업에 알선 중개할 계획이다.

한국능률협회는 인도의 고급 소프트웨어 인력을 유치키 위해 최근 종합연구소내에 전담팀을 만들었다.

능률협회는 성미전자 오리온전기 등 3-4개 정보통신업체들로부터 인력 주문을 받아 이르면 다음달부터 스카우트 업무에 들어간다.

능률협회는 "인터넷을 이용해 국내 기업과 현지 기술자가 온라인으로 면접을 볼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인도 기술자를 유치하는 것은 인도의 IT 인력이 우리보다 10배정도 많은데다 임금도 비교적 저렴하기 때문이다.

LG솔루션마트 관계자는 "5년 정도 경력을 가진 프로그래머의 경우 연봉이 3천만-4천만원 정도로 국내 프로그래머보다 낮다"고 귀뜀했다.

텔스톤 이 사장은 직원들이 인도인과 대화를 하다 보니 영어실력이 늘어나는 이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업체들은 여건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고용해 시행착오도 겪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용자로서 영어실력을 갖추지 않았거나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분야가 아닌 인력을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삼성물산 임영학 이사는 "너도 나도 인도 인력을 데려오고 있으나 먼저 이들과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할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주병 기자 jb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