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투표가 성행하고 있다.

언론사 사이트는 물론 포털을 비롯한 각종 사이트에서 네티즌들의 생각을 묻는 인터넷투표가 끊임없이 실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새 정책을 발표하고 나면 네티즌들의 반응을 금세 점검하고 반응에 따라 정책을 부분적으로 손질할 수도 있게 됐다.

그러나 인터넷투표가 정략적으로 악용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근 정보기술(IT)전문 인터넷 미디어인 아이뉴스24(www.inew24.com)가 실시한 인터넷투표가 대표적이다.

투표 대상은 "차세대 영상이동통신(IMT-2000) 기술표준으로 어느 사업자가 동기식을 채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느냐"였다.

그런데 투표가 시작된지 반나절쯤 지나면서 이해당사자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투표 본질이 흐려지고 말았다.

SK텔레콤 한국통신 LG그룹 사원들은 한꺼번에 몰려가 경쟁사에게 몰표를 던졌다.

이 바람에 이 투표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세 사업자가 모두 비동기식을 택해 한 사업자가 탈락할 가능성이 높게 나올 것이라는 아이뉴스24측의 예상과는 달리 이 비율은 5%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 대신 첨예하게 맞섰던 SK텔레콤과 LG그룹을 지목한 비율이 40%대로 높게 나왔다.

이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와 상당히 다르다.

도서정가제 찬반을 묻기 위한 인터넷투표도 공정성에서 상당히 의심을 받았다.

책을 할인해서 파는 것이 좋으냐 정가대로 파는 것이 좋으냐고 물으면 소비자는 누구나 할인판매를 꼽을 것이고 유통업자는 대부분 정가판매를 지목할 것이다.

실제로 일부 사이트에서 실시한 인터넷투표 결과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는 반대가 찬성에 비해 8대2의 우위를 점했다.

이해당사자인 한 인터넷서점 사이트에서 실시한 투표에서는 반대비율이 95%에 근접할 만큼 높게 나왔다.

물론 인터넷투표는 문제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

인터넷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여론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수백만원 내지 수천만원을 들여 설문조사나 전화조사를 실시해야 했다.

조사에는 상당한 인력과 시일이 걸렸다.

그러나 이제는 수시간 내지 하루 이틀이면 여론을 짐작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드는 비용은 실제조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적다.

그렇다면 인터넷투표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인터넷투표 사이트의 게시판을 둘러보면 논란은 대체로 투표를 주관하는 주체와 이해당사자의 개입에서 비롯된다.

단순히 네티즌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투표라도 이해당사자가 직접 주관하는 투표라든지 이해당사자가 조직적으로 개입할 소지가 있는 투표는 신뢰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한 네티즌은 게시판에 현행 인터넷투표의 문제를 장황하게 지적한 뒤 "네티즌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투표라 할지라도 접속자가 많은 사이트에서 이해관계가 없는 주체가 단기간에 실시해야 믿을 수 있다"고 써놓았다.

덧붙이자면 네티즌의 생각을 정확하게 알아보려면 지역별 성별 연령별 샘플링(표본추출)과 공인기관의 신분확인을 거쳐 실시해야 할 것이다.

ked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