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어디서나 손쉽게 중요한 정보를 주고 받을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의 약점은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개인 정보는물론 회사 및 국가의 기밀까지 중간에서 가로챌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미디어로직(medialogic.co.kr)의 이재원 사장(27)은 디지털 기술이 갖고 있는 취약점을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사장은 이어 "정보유출과 데이터 복제의 위험성을 제거하려면 정보보안 기술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희대 전자공학과에서 암호화 칩 제조기술을 전공한 이 사장은 지난 96년 견습생 자격으로 동대학원의 비메모리반도체설계(ASIC)연구실에서 일하면서 본격적으로 암호화 칩개발에 나섰다.

얼마후 암호화 칩의 핵심기술 개발에 성공한 이 사장과 그의 연구실 선배 세명은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그러나 기술 개발만 하던 엔지니어에게 사업은 생소하기만 했다.

마케팅 능력과 경영 지식이 부족해 수차례 회사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사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될수록 암호화 기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할것이라고 굳게믿고 끊임없이 연구해 지난 4월 국내에선 처음으로 해킹방지용 암호화 칩을 개발했다.

미디어로직이 개발한 암호화 칩(모델명 Media-6000)은 암호 프로세서,암호키 생성기,외부 연결 모듈 등을 하나로 통합한 것이다.

이 제품은 따라서 방화벽 등 소프트웨어 형태의 보안제품과 달리 정보 시스템에 부하가 거의 걸리지 않고 인터넷 접속 속도도 고속(140Mbps)으로 지원한다.

암호화 키도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64~1백12 비트보다 훨씬높은 1백68비트급으로 국내 최고의 보안 수준을 자랑한다.

가격은 외국의 보안 반도체칩보다40% 가량 저렴한 18~20달러 수준이다.

이 제품의 개발로 미디어로직은 요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60여개의 해외 업체가 미디어로직의 암호화 칩에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사의 강점은 암호화칩을 개발한 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디어로직은 암호화 시스템 구축 능력도 갖고 있다.

이 사장은 "사업 초기엔 암호화 칩 핵심기술 하나만 갖고도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암호화 칩을 적용한 보안 시스템 구축 능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디어로직은 암호화 칩을 내장한 지문인식기와 도청방지 전화기를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이들 제품에 대한 국내외업체의 관심도 대단해 현재 수십군데서 업무제휴 제의가 들어온 상태다.

이에 따라 미디어로직의 내년 매출액은 40억원을 쉽게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로직의 기술개발 인력은 이 사장을 포함해 네명에 불과하다.

타 업체의 연구원수가 30~40 여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초라하기까지 하다.

이 사장은 그러나 "사람이 많다고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오히려 소수의 인원이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쉽고 의사결정도 빨라 연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미디어로직은 내년 4월께 비밀키와 공개키 알고리즘 방식을 통합한 암호화 칩을 내놓을 계획이다.

미디어로직의 기술인력이 주축이 돼 개발한 이 칩은 데이터의 전송속도 저하 문제 해결은 물론 완벽한 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고 이 사장은 설명했다.

이 사장은 "통합 암호화 칩 개발기술은 해외에서도 2~3개 업체만이 갖고 있을 정도로 앞선 기술"이라며 "정보보안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능력을 인정받는 이스라엘의 업체와 경쟁해도 결코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