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왑(WAP)이냐,아이모드(i-Mode)냐"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이 WAP과 i-모드로 양분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일본 도쿄의 젊은이들이 모이는 신주쿠 거리.이곳에선 머리를 붉게 물들인 젊은이들이 i-모드에 열중인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심지어는 지하철안에서 i-모드를 통해 포르노사이트를 접속하는 샐러리맨들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i-모드는 일본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NTT도코모의 무선인터넷 서비스.휴대폰으로 인터넷에 접속해 게임은 물론 영화 연예정보 등 각종 생활정보들을 즐길 수 있다.

i-모드 서비스는 지난해 3월 처음 선보인 이후 1년반만에 무려 1천2백만여명의 네티즌들을 끌어들였다.

NTT도코모는 이것도 부족해 i-모드 서비스를 유럽 아시아 등으로 수출,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을 장악할 꿈을 꾸고 있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는 WAP이 i-모드에 맞서 시장 확대를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WAP은 Wireless Application Protocol의 약자로 지난 97년 세계 5백여개 이동통신 회사들이 모여 만든 무선인터넷 통신규약.에릭슨과 노키아,미국의 폰닷컴 등 거대 업체들이 대거 포진돼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LG전자 SK텔레콤 등이 WAP에 참여하고 있다.

WAP 진영은 이른바 "세몰이"로 i-모드를 따돌리고 세계 무선인터넷 시장을 평정하려 하고 있다.

<>WAP과 i-모드의 차이점=우선 무선인터넷 언어가 다르다.

WAP은 WML인 반면 i-모드는 HTML의 축약형인 c-HTML을 사용한다.

따라서 WAP은 기존 인터넷 사이트를 WML 언어로 바꿔줘야 접속할 수 있는 데 반해 i-모드는 HTML로 구축된 기존 웹사이트를 자유자재로 접속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접속방법도 다르다.

WAP이 웹사이트 주소를 일일이 입력해야 하지만 i-모드는 단축버튼을 누르면 바로 접속된다.

i-모드가 훨씬 간편하다.

데이터 송수신 속도도 i-모드가 WAP보다 빠르다.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 숫자도 i-모드가 많고 요금도 저렴하다.

WAP이 접속시간에 따라 요금을 부과하지만 i-모드는 패킷 데이터방식을 이용해 실제 이용하는 데이터량에 따라 요금을 매기기 때문이다.

i-모드는 여러가지 장점에 힘입어 가입자수에서도 WAP을 앞선다.

i-모드 가입자는 지난 9월 현재 1천2백33만명인데 반해 WAP은 5백만여명에 불과하다.

<>i-모드의 공세=NTT도코모는 최대 이동통신시장인 유럽 공략에 본격 돌입했다.

최근 네덜란드의 최대 이통회사인 KPN모바일의 지분 15%를 인수한데 이어 이 회사와 유럽 전역을 대상으로 한 무선인터넷서비스 합작회사를 세웠다.

여기에다 벨사우스와 SBC커뮤니케이션 합작법인의 15% 지분을 인수할 움직임이다.

NTT도코모에 따르면 2001년부터는 영국 독일 벨기에 프랑스 네덜란드에서 i-모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스웨덴 에릭슨은 아이모드의 성장성을 인정해 일본에서 아이모드를 장착한 휴대폰을 판매할 계획이다.

<>WAP의 반격=i-모드의 공세에 대항해 WAP 진영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WAP 진영은 무엇보다 "WAP이 사실상(de facto)의 세계표준"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 메이저 통신회사들이 대부분 WAP을 채용하고 있고 각 나라마다 서로 다른 통신방식에서도 WAP은 자유자재로 작동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i-모드는 다른 서비스 네트워크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한 한계를 갖고 있다.

실제 WAP은 아직 이용자수에서는 i-모드에 뒤지지만 영향력은 상당하다.

세계 5백여개이상의 거대 통신회사들이 표준으로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자수 확보는 시간문제이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