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분야의 한 벤처기업이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에 나섰다.

주인공은 CTI(컴퓨터전화통합), UMS(통합메시징시스템), 무선인터넷의 솔루션을 공급하는 시스윌.

이 회사는 국사편찬위원회 민족문화추진회 서울대규장각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보유하고 있는 국보급·보물급 문헌을 CD롬으로 제작하고 있다.

이 작업은 워낙 방대한 데다 큰 수익을 기대하기 힘들어 대기업도 시도조차 하지 못했었다.

"역사의식이 없으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중국 대만 일본만 해도 문화가 21세기 국가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 아래 이미 고전문헌에 대한 대규모 전산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김연수(45) 사장은 "한국역사정보통합시스템 구축은 새로운 디지털 역사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어찌보면 무모하다 싶은 일을 벌이는 것은 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에 접근조차 어려운 고전자료를 CD롬과 인터넷으로 제공함으로써 학자들의 연구에 도움을 주고 일반인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기업의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한국을 세계적인 문화강국으로 만들겠다는 게 김 사장의 목표다.

김 사장은 일차로 국민대 지두환 교수와 공동제작한 국사교과서 CD롬을 선보였다.

이 CD롬은 마치 인터넷을 보듯 웹 방식으로 구성돼 있는 게 특징이다.

목차를 보면서 공부하고 싶은 단원을 클릭하면 바로 내용과 사진 동영상 등이 나온다.

그는 "현행 고등학교 교과서를 바탕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이해하기 쉬울 뿐 아니라 사료와 단원요약도 곁들여 교사들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고건축 및 무속과 관련된 각종 자료를 담은 두 개의 CD롬도 내놓았다.

고건축 CD롬은 학술적 가치가 높은 전국 사찰 16곳에 대한 설명과 여기에 얽힌 일화, 주변 관광명소 등을 첨단 멀티미디어 기술로 보여준다.

''경기 도당굿''을 비롯 우리나라 12곳의 굿을 동영상과 함께 소개한 무속 CD롬은 굿거리 현장의 생생함을 흥미롭게 재현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종묘 창덕궁 등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을 영문화하고 국사학과 재학생들로 답사팀을 구성, 팔도 문화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왕실의식에 사용됐던 의궤와 금석문도 CD롬으로 제작할 예정이다.

20여년간 현대종합금융에서 일했던 그는 고려대 재학시절 운동권 단체였던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서울지부회장을 맡은 뒤 줄곧 역사에 관심을 가져왔다.

그는 "문화는 한 시대의 얼굴이자 그 나라의 자화상"이라며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02)777-5907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