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어 우리 아기에게 관심을 쏟지 못해더니 아기가 컴퓨터 화면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가출해 버렸어요"

"제 아이가 이제 25세인데 괜찮은 신부감 없나요"

"최근 손자를 봤는데 너무 기뻐요"

인간 세상의 대화가 아니다.

사람의 감정과 행태를 그대로 담은 캐릭터를 키우며 네티즌들이 온라인상으로 주고 받는 채팅내용이다.

이같은 대화가 오가는 곳은 바로 인간의 일생을 축소시킨 "캐릭터 육성" 게임 사이트 페티즌닷컴(www.petizen.com)이다.

출생->사랑->결혼->자녀출생 등으로 이어지는 사람 이야기를 바탕에 깔고 중간 중간 먹고 물건을 구입하고 옷을 입는 등의 일상사를 스토리로 엮어냈다.

이 사이트를 운영중인 이바다콤(ebada.com)의 이태한 이사는 "이 게임은 인간의 감성을 그대로 담은 가장 인간적인 인터넷 게임을 만든다는 취지에 따라 개발됐다"고 밝혔다.

실제 자신의 아기를 키우는 것과 같은 흡입력에 이끌려 여성 중심으로 회원들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말 사이트 개설 이후 1개월여만에 가입자가 3만여명으로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70%가 여성이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하루 가입자수가 1천여명을 넘어서는 등 최근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어 올해말까지 30만명의 회원을 확보할수 있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인간의 정서가 흠뻑 배어 있는 이 게임의 또다른 특징은 온라인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동시에 게임을 즐길수 있다는 점이다.

온라인상에서 캐릭터를 키우다 인터넷을 빠져 나와 자신의 PC로 옮겨와서도 계속해서 게임을 할수 있다.

컴퓨터를 이용해 문서작성등 일반적인 업무를 보면서도 PC 한켠 캐릭터를 띄워 놓고 노는 장면을 볼수 있다.

이는 이바다콤의 서버와 네티즌의 PC가 캐릭터의 성장 데이터를 인터넷 접속과 함께 서로 주고받아 성장의 수준을 맞추도록 한데 따른 것이다.

김상윤 사장은 데이터의 동기화 기술에 대해 이미 특허를 출원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 온.오프라인 동시 게임을 위해서는 페티즌닷컴에 들어가 "알통"이라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내려받기만 하면 된다.

이 메신저를 통해 캐릭터 육성은 물론 채팅 쪽지보내기 친구찾기 등 다양한 의사소통을 할수 있다.

이 게임은 알이 나오면서 시작된다.

"페티즌 세상"에서 1살(실 게임시간 4시간)이 되면 알에서 캐릭터가 태어나게 된다.

이름은 물론 성별 성격 피부색 등을 선택할수 있다.

캐릭터는 연령에 따라 청년 장년 말년 등 3단계로 모습이 달라진다.

25세가 되면 결혼을 할수 있고 2세를 낳을수도 있다.

이때 다른 네티즌이 기르는 캐릭터를 찾아 청혼을 하게 된다.

회원들이 욕설 등 험담을 했다가는 다른 네티즌들이 청혼을 받아 주지 않고 왕따를 놓기 때문에 불량 회원은 자연스럽게 퇴출이 되고 있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그리고 30세가 되면 캐릭터가 사라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오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9개 색깔별 마을(카운티)별로 커뮤니티가 형성돼 캐릭터를 매개체로 한 네티즌들간 대화가 활발히 이뤄진다.

이같이 네티즌 자신의 감정이 이입된 대화가 오가면서 회원들간 결속이 강화돼 초록 마을인 "그린피스" 커뮤니티 회원들은 이미 오프라인에서 모임을 가질 정도다.

이바다콤은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현장 광고 개념을 도입할 예정이다.

캐릭터가 먹고 입는 상품에 실제 제품명을 붙인다는 계획이다.

외식업체 등을 중심으로 이미 광고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이태한 이사는 전했다.

또 이 게임을 휴대폰등 무선 단말기에서 할수 있는 왑서비스를 내년초 내놓을 예정이다.

여기서는 게임과 함께 원하는 사람에게 휴대폰을 통해 물건을 사달라고 의뢰하는 방식의 서비스도 구상중이다.

(02)547-0786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