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태풍''이 한국을 방문하는 시기가 9월에 집중되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태풍이 한여름은 제쳐두고 가을에 한국을 찾아오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늦깎이 태풍 말썽=한국과 일본의 여름은 태풍과 더불어 시작해 태풍과 함께 지나간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여름철 태풍이 많다는 얘기다.

이는 통계에서도 입증된다.

1904년 국내에서 처음 태풍 관측을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한국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모두 2백96개.

이가운데 시기적으로 8월에 영향을 미친 태풍이 1백10개로 가장 많았고 7월 84개,9월 76개였다.

즉 9월에 한국에 영향을 미친 태풍은 연평균 0.8개로 1년에 1개가 채 안된다.

지난 1951년부터 1995년까지의 태풍발생 통계를 보더라도 9월에 한국을 찾아온 태풍은 연평균 0.8개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난 몇년사이 양상이 달라졌다.

1998년에는 태풍 ''토드''와 ''비키'',''야니''가 9월말 한국을 강타했고 1999년에는 9월중순 ''지아''를 시작으로 ''앤''''바트''가 한국을 지나가면서 적지않은 피해를 입혔다.

올해도 이달초 12호 태풍 ''프라피룬''이 한반도를 관통한 데 이어 14호 태풍 ''사오마이''도 추석연휴에 들이닥쳤다.

◆왜 이러나=기상전문가들은 동아시아 해상의 고수온 현상과 북태평양 고기압의 비정상적인 발달 등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우선 최근 몇년간 동아시아 해상의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점을 든다.

수온이 높으면 물기가 증발돼 태풍 발생에 유리한 조건이 만들어진다.

태풍의 에너지는 수증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수온이 낮으면 태풍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바다에서 소멸하지만 수온이 높으면 힘을 얻는다.

또 가을을 앞두고 수축돼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수그러들지 않는 점도 한국에 태풍을 끌어들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일본 열도쪽으로 우회해야할 태풍이 북태평양 고기압에 막혀 한반도쪽으로 방향을 튼다는 것이다.

기상청 박정규 기후예측과장은 "해마다 구체적인 양상은 다르게 나타나지만 두가지 기상현상이 태풍을 한국쪽으로 불러들이는 원인이 되고 있다"며 "지구온난화현상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되지만 과학적으로 직접적인 연관성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