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P는 그동안 제품의 품질에 비해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고객 중심의 마케팅으로 하반기에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최근 SAP코리아의 신임 지사장으로 공식 활동을 시작한 최승억 사장은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의지로 가득차 있다.

지난해 SAP는 국내 ERP시장에서 포철 한국통신 등 대형프로젝트를 오라클에 뺏겼다.

이 때문에 시장점유율도 오라클에 역전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당연히 그에게 떨어진 지상과제는 다시 시장에서 오라클을 앞서가는 것.

그는 취임하자마자 의기소침해 있는 조직에 "전투정신"을 심어주는 일부터 시작했다.

사장 직속으로 A팀이라는 전문가 조직을 만들어 프로젝트를 측면지원하고 스스로 영업일선을 진두지휘했다.

회의실의 이름도 "war room"이라고 부를 정도로 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는 업계에서 "싸움닭"으로 불린다.

그 스스로도 이같은 별명을 꺼리지 않는다.

그는 "경쟁이 없으면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고 말할 정도로 승부근성이 강하다.

최 사장이 SAP의 신임지사장이 되는데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그는 작년 한햇동안 오라클의 상무로 SAP 타도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오라클이 작년에 승승장구한 것도 그의 역할에 힙입은 바가 크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라이벌 회사인 SAP로 옮긴 것이다.

오라클이 제동을 건 것은 당연한 일.

오라클은 법원에 최 사장을 상대로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냈고 결국 승소했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은 1년간 매일 1백만원씩 오라클에 벌금을 내야 한다.

물론 이 돈은 SAP가 내준다.

SAP로서는 그만큼 최사장의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그는 오라클과의 관계 때문에 입지가 좁아지지 않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자신은 "프로"라고 강조했다.

"프로농구 선수가 시카고 불스에서 뛰다가 LA 레이커스로 팀을 옮겼다고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경기에서는 소속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경기후 사적인 생활에서는 예전처럼 서로 존경하며 친근하게 지내고 싶습니다"

그는 "앞으로도 건전하고 공정하게 경쟁하겠다"며 "SAP의 매출을 작년보다 2배이상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