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北京)대학 남문 근처에 자리잡은 왕바(網bar.인터넷 방)인 페이위(飛宇).

수요일 오후인데도 2백여 좌석은 빈틈이 없다.

인터넷에서 자료를 검색하는 학생, 문서를 작성하는 회사원 차림의 젊은 신사, 프리셋 게임을 즐기는 청소년 등으로 PC방은 활기에 넘쳤다.

"베이징에 7개의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하루 약 5천여명이 다녀갑니다"

캉(康)씨 성을 갖고 있는 컴퓨터운영 보조위원의 말이다.

베이징에 PC방 바람이 불고 있다.

주요 대학가를 중심으로 점포가 빠르게 번져가고 있다.

가정형편상 PC를 사기 어려운 학생들은 PC방에 모여 정보기술의 갈증을 해소한다.

그런가 하면 베이징 동부 비즈니스 타운에도 최근 인터넷 카페가 등장, 성업중이다.

이곳에서는 넥타이 차림의 젊은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주식을 사고파는 장면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베이징 왕바 호황의 가장 큰 요인은 PC방 컴퓨터가 네트워크로 물려있어 빠른 속도로 검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던 베이징대 경제학과 3학년생인 민저환군은 "PC방에서 인터넷에 접속, 리포트 작성에 필요한 정보를 얻고 있다"며 "일주일에 2~3회는 꼭 온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가정에는 PC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전화선을 이용하고 있어 속도가 만만디(慢慢的)다.

페이위의 PC방 이용료는 오후 8위안, 오전 4위안을 받고 있다.

고급 PC방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영세업체가 난립하고 경쟁이 치열하면서 가격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소규모 업체는 오후에도 4위안 이하를 제시한다.

이들 업체는 네트워크가 아닌 전화선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정도로 환경이 열악하다.

PC방분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기업들이 중국 PC방 시장공략에 나섰다.

한소프트가 베이징 첨단기술단지인 중관춘(中關村)에 개업을 준비중이다.

이미 몇몇 소규모 업체들이 유학생을 주 고객으로 PC방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사업자들은 선양(瀋陽) 등 지방도시를 먼저 공략한 뒤 베이징으로 진출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국의 PC방 사업은 결코 만만치 않다는게 기존 업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학가에서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K씨는 "중국 PC방에서는 게임을 할 수 없는 등 사업여건이 국내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이를 무시하고 달려들면 큰 코 다칠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들의 컴퓨터 지식 부족으로 인한 컴퓨터고장 빈발, 네트워크 불안정, 치열한 가격경쟁, 학생들의 구매력 미약 등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K씨는 "관리비용은 서울보다 높고, 수익은 서울보다 훨씬 떨어진다"고 투자여건을 요약했다.

실제로 최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베이징에 PC방을 개업했던 P씨는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해 결국 문을 닫고 말았다.

중국 PC방 붐에 우리가 뛰어들 여지는 적다는 얘기다.

<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