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을 통한 논쟁 과정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거나 저속한 표현을 쓰며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한 네티즌에 대해 처음으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그동안 PC 통신을 통해 선거운동과 관련한 상대 후보 비방이나 유명인들을 상대로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형사처벌을 한 사례는 있었으나 네티즌들 사이의 단순한 표현행위를 놓고 법원이 법적 제한을 가한 것은 처음이어서 앞으로 사이버 공간에서의 저속한 표현이나 허위사실 유포 행위가 크게 억제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법 동부지원 민사7단독 홍준호 판사는 29일 인기가수 박지윤 팬클럽 회원인 함모(25)씨가 PC통신 공개게시판에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안모(29)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2백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가 게시한 "박지윤에게 환장한 사람들","당신같은 X파리 팬들의 협박","반미치광이의 광적 상태" 등의 글은 자유로운 의견 발표와 정보의 무한한 교류를 이상으로 하는 PC통신에서 이뤄진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표현의 자유의 범주에 포함하기에는 버겁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기획사로부터 돈먹고 한마디씩 거드는 사람 같다"는 등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게시했으므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PC통신과 인터넷 등 사이버 공간에서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과 익명성을 이용한 저질 언어가 범람하는 등 역기능이 날로 심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일정한 법적 제한을 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함씨는 지난해 6월 안씨와 PC통신 공개 게시판을 통해 인기가수 박지윤에 대해 논쟁을 벌이면서 안씨가 자신을 모욕하고 허위사실을 담은 글을 게시했다며 3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 정대인 기자 bigm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