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통신업계 재편 보고서는 단순한 시나리오가 아니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 나오는 분위기와도 대부분 일치하고 있다.

특히 통신업계는 정부의 "뜻"이 그렇다면 3강구도로의 재편은 예상보다 훨씬 빨리 현실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당장 총선이 끝나자마자 관련 업체들간의 합종연횡 형태로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란 예측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MT-2000 사업자 선정에 관한 정부의 방침이 나오는 오는 6월께를 전후로 구조조정이 대강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 구조조정의 신호탄은 한솔엠닷컴의 향방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의 신세기 인수가 구조조정의 1차 신호탄이었다면 이번 한솔엠닷컴의 인수전은 2차 신호탄이다.

한솔엠닷컴이 어디로 인수되는지에 따라 업계 구조조정의 큰 밑그림이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 KT의 한솔엠닷컴 인수 =한국통신(KT)은 자회사인 한통프리텔과 연합해 한솔엠닷컴 인수를 적극 추진중이다.

국가 기간망을 보유하고 있는 강점에다 한솔엠닷컴을 인수해 8백만여명 수준의 무선 가입자까지 확보하면 최강자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한통의 전략이다.

반면 한솔엠닷컴 인수전에서 한통과 경쟁중인 LG그룹은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다.

LG관계자들은 "한솔이 KT로 가더라도 LG의 통신업계 위상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한통에 비해 LG는 상대적으로 한솔엠닷컴 인수에 집착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따라서 한국통신이 한솔엠닷컴 인수전에서 LG에 사실상 승리를 거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와관련, 한통 관계자들은 이미 "2차 제안서에 내놓은 인수가격 등을 놓고 한솔측과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이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 "총선이 끝난 후 곧바로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SK의 유선사업 진출 =무선부문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욕심은 유선사업 진출이다.

지난해 신세기를 인수, 무선 사업부문의 절대강자로 부상했지만 타 사업자에 비해 기간망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SK의 고민이었다.

KISDI의 관측대로라면 SK텔레콤은 유선사업자인 온세통신 인수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온세통신의 지분은 현대가 28.3%, 일진 11.9%, 롯데 8.9%, 고합 5.3% 등을 각각 나눠 갖고 있다.

KISDI 시나리오는 SK텔레콤이 IMT-2000 사업 컨소시엄에 현대를 참여시켜 일정 지분을 주는 대신 현대의 온세지분을 인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SK텔레콤으로서는 온세통신이 만족스러운 대안이 아닐 수도 있다.

온세는 시외및 국제전화 사업자여서 이렇다할 기간망을 갖추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SK가 제2시내전화 사업자인 하나로통신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 LG의 하나로통신 인수 =LG가 한솔엠닷컴 인수에 강한 집착을 보이지 않는 것은 하나로통신을 염두해 둔 것이라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KISDI의 시나리오에도 LG와 하나로통신을 하나의 그룹으로 묶고 있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실제 LG는 최근 하나로통신 주가가 약세인 틈을 타 보유지분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 3월말에만 LG화재를 통해 하나로 지분 2.9%를 추가 매입했다.

현재 LG의 하나로 지분은 18.05%(데이콤 지분 포함)로 삼성(9.89%), 현대(8.74%)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더구나 매각을 추진중인 대우(5.39%)와 두루넷(5.28%) 지분까지 마저 인수할 경우 LG는 사실상 하나로통신의 주인이 된다.

정종태 기자 jtchung@k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