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우방국들에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보류 기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에서 유입되는 세수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조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국들을 상대로 글로벌 디지털 서비스 세금(DST) 도입을 유예해달라고 제안했다. 디지털세는 여러 국가에서 사업장을 설립해 매출을 올린 IT기업이 수익을 창출한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는 제도다.

주요 20개국(G20)·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포괄적 이행체계(IF)는 지난 2021년 10월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을 합의했다. IF에는 약 130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다만 미국은 미 의회가 승인을 거부하고 있어서 아직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IF는 다국적 기업의 조세 회피를 막기 위해 일정 매출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들에 매출이 발생한 국가에 세금을 내도록 하고(필라 1), 15%의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도입(필라 2)하는 디지털세 도입 방안을 마련했다. 디지털세 필라 1은 연간 매출액 200억유로(약 28조원), 이익률 10% 이상인 기업이 해외 사업장 소재국에 세금을 내도록 하는 제도다.

IF는 이 제도를 2024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로써 개별 국가에서 미리 마련한 디지털세는 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미국 정부는 신규 글로벌 조세 협정이 발효되는 시점을 지연하려는 것이다. 아직 빅테크 세금 납부 체계에 대한 세부 사항이 마련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빅테크가 몰려 있는 미국은 세수 부족에 대한 우려 탓에 디지털세 도입을 미뤄왔다. 이미 디지털세를 시행 중인 국가에는 무역 보복을 시행할 정도였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디지털세를 도입한 프랑스에 25% 관세를 적용하기도 했다. 바이든 정부도 2021년 영국 등 6개국에 보복 관세를 적용한 바 있다.

미국 IT업계도 기한 연장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국제비즈니스협의회(USCIB)는 최근 OECD 세무 담당자들에 서한을 보내 디지털세에 대한 유예를 촉구한 바 있다. 미국 공화당은 지난달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국가에 기반을 둔 외국 기업과 외국인 투자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글로벌 조세 협정에 참여했던 레베카 카이사르 포드햄대 교수는 "올해 7월까지 협정 최종안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1년간 협정안 마련이 지체된 만큼, 글로벌 디지털세 도입 시점도 미루는 게 합리적이다"라고 강조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