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언론 기고를 통해 “미국 경제에 반대로 베팅하지 말라”고 밝혔다. 미·중 양국이 핵심 기술과 공급망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미국 편에 서라는 압박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우리 행정부는 계속해서 우리 시장과 산업의 경쟁력과 회복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일자리 1300만 개 창출 △사상 최저 수준의 흑인, 히스패닉계 미국인·장애인 실업률 △70년 만의 최저 여성 실업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통과 등 성과를 나열했다. 그러면서 “지난 2년 동안 어렵게 이룬 진전은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이나 미국 경제에 반대로 베팅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내 신념을 재확인시켜줬다”고 재차 강조했다.

중국을 겨냥한 듯한 메시지도 군데군데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회복은 주요 경제국 중 가장 강력했다”고 과시하는 한편 “미국의 인프라, 반도체산업, 청정 에너지산업에 대한 한 세대에 한 번뿐인 공공 투자에 서명해 21세기 경제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속적이고 탄력적인 장기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경제에 반대로 베팅하지 말라’는 말은 바이든 대통령이 10년 전부터 즐겨 쓴 표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재직 시절인 2013년 방한해 당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절대 좋은 베팅이 아니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한 뒤에도 중국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미국의 첨단 기술을 대량살상무기(WMD) 등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에 대해서도 “부채와 몰수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이날 안보와 핵심광물 분야 등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한 ‘대서양 선언’을 발표했다.

장서우/김인엽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