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 사진=AFP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빈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총리. 사진=AFP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6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도착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번 방문 기간 중동지역 정세를 주로 다루면서 양국 간의 갈등을 초래한 인권 문제를 다시 의제로 꺼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이날 사우디 제다에 도착해 사흘간의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7일 미·걸프협력회의(GCC) 장관급 회의에 참여한 뒤 8일에는 사우디 외무장관과 양자 회담을 갖는다.

미 국무부 고위 관리는 "사우디에서 할 일이 엄청나게 많다"며 "우리는 적극적으로 현안을 함께 해결하기 위해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무장관의 사우디 방문은 중동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사우디와 이란은 지난 3월 중국의 중재로 7년 만에 외교 관계를 정상화했다. 블링컨 장관이 도착한 이날 사우디 주재 이란 대사관이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링컨 장관이 이번 사우디 방문 기간 인권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관리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국적을 가진 사아드 이브라힘 알마디(72)는 사우디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2021년 11월 수감됐다가 올해 3월 석방됐다. 하지면 사우디 당국이 여전히 그의 여행 금지령을 해제하지 않아 출국이 불가능한 상태다. 알마디를 포함해 적어도 3명의 미국 시민이 사우디에서 여행금지로 발이 묶여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작년 7월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 알마디의 석방을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우디 당국은 그를 석방하지 않았다. 최근 그가 석방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블링컨 장관이 인권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권 문제는 양국 간 관계가 경색된 이유 중 하나인 만큼 자칫하다간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사우디 지도층을 만나 수단·예멘의 분쟁 종식, 이슬람국가(IS) 퇴치, 이스라엘·아랍국가 관계 정상화 등 의제를 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사우디의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의 배후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며 오랜 중동의 우방인 사우디와 사이가 멀어졌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원유 시장이 요동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해 7월 증산을 요청하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갔다.

미국이 최근 사우디에 손을 내미는 건 중동 지역의 ‘중재자’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에는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우디를 찾아 빈살만 왕세자와 회동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