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소 가격이 내년에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주요 축우(畜牛) 생산지에 가뭄이 들면서 생산비용이 늘어나고 인플레이션까지 덮쳐서다. 소고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외식·식료품 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생우(live cattle) 선물(8월물)은 전 거래일보다 2.9% 오른 파운드당 1.72달러에 손바뀜했다. 생우는 목장에서 6~10개월 정도 자란 송아지다. 생우 선물은 지난 4월 파운드당 1.77달러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 결과 미국 소고기 소매가격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라보뱅크는 소고기 소매가격(분쇄 소고기 기준)이 2020년 이후 20% 상승한 데 이어 올해 여름엔 사상 최고치를 찍을 것으로 봤다. 또 올해 파운드당 평균 5.33달러에서 내년엔 15~20센트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 가격이 내년까지 고공 행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소를 기르는 비용이 급증했다. 가뭄으로 목초지가 메마르면서 미국의 주요 소 사육지에서의 사료값 지출이 예년보다 평균 20% 이상 늘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생우 한 마리를 비육장에 팔 때까지 비용은 700달러가 드는 반면 수익은 12달러(지난해 기준)에 그쳤다. 2014년엔 마리당 400달러에 육박하는 이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육류 가공업체 다수가 폐업하면서 비육우(생우를 비육장에서 5개월가량 더 기른 소)를 보낼 업체를 찾을 수 없게 된 목장주들은 소를 살처분하거나 사업을 정리했다. 그 결과 올해 미국 비육우 수는 2890만 마리로 60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한국 외식업계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4월 햄버거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1% 올랐다. 2004년 7월 이후 1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