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계 미국인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의 지정학적 우려에 대해 자사의 차세대 반도체 칩도 TSMC가 만들 것이라며 대만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다만 다변화 전략에 대한 여지도 열어놨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황 CEO는 대만에서 열린 기술 행사에 참석해 “다변화를 위해 여러 공급망을 찾고 있다”면서도 “차세대 칩 역시 TSMC가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는 엔비디아 등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들이 설계한 반도체 칩을 제작하는 기업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AI 붐’의 기세를 몰아 슈퍼컴퓨터 DGX GH200 등 신제품들을 발표했다.

최근 대만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며 지정학적 우려가 커졌지만 황 CEO는 “공급망 논의를 위해 대만에 있었을 때 완벽하게 안전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TSMC에 대해 “엄청난 역량과 놀라운 민첩성을 갖춘 세계적인 기업”이라며 “우리가 높은 수준을 요구해도 빠른 시간 내 이를 충족한 제품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전적으로 믿는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업체들과의 협력 가능성도 암시했다. 황 CEO는 “다양한 지역에서 다변화하는 전략이 완벽한 전략”이라며 “TSMC는 엔비디아의 다양성 전략의 일부”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대만 매체 타이베이타임스에 따르면 황 CEO는 파운드리 다변화 전략에 대해 “삼성과도 생산할 수 있고 인텔과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인텔로부터 차세대 반도체 공정 테스트 결과를 받았는데 좋아 보였다”며 “인텔과의 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 CEO는 2일 TSMC와 애플 공급업체인 폭스콘의 경영진들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폭스콘은 아이폰을 비롯해 AI 칩을 사용하는 애플의 전자 기기들을 제작한다.

황 CEO는 전날 미국의 대중 반도체 규제에 대해 “이를 준수하겠지만 중국은 자국 기업을 육성할 것”이라며 “중국은 반도체 자립 능력이 충분하다”고 경고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기업들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다만 외신들이 보도한 방중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