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규제로 수세 몰린 中당국…ARM 발목 잡고 '압박'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간) "장광진 중국 과학기술부 부부장(차관)이 이번 주 베이징에서 르네 하스 ARM홀딩스 최고경영자(CEO)와 회의를 열고 ARM에 '중국의 대학, 연구기관 및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과학기술부는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중국 정부는 ARM과 같은 첨단기술 기업이 중국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서비스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RM은 반도체 설계 기업이다. 일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가 소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재작년 ARM을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에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세계 각국 경쟁당국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후 ARM을 미 뉴욕증권거래소에 기업공개(IPO)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준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상장 전 수익 구조 극대화를 위해 ARM은 중국 투자자와 합작 설립한 중국 자회사 ARM차이나 지분을 정리하고자 했다. ARM이 보유 중인 ARM차이나 지분(47.9%)을 모회사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에 양도하고, ARM차이나와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ARM을 중국에서 벗어나게 하는 동시에 ARM차이나로부터 라이선스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ARM이 중국 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을 꺼리면서 1년 넘게 ARM의 철수 계획을 승인하는 것을 보류하고 있다. ARM과 소프트뱅크는 "지분 양도가 완료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 측 자료에 따르면 당국이 양도를 확인하는 서류 처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FT는 "중국과 절연하려는 ARM의 움직임은 중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고 시진핑 국가주석의 반도체 자급자족 목표를 저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ARM은 중국의 발목잡기에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영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중국 기업들에 첨단 반도체 설계 자산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스 CEO의 중국 방문은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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