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 "라이칭더는 독립주의자…기만적인 발언"

내년 1월 대만 총통선거에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로 나선 라이칭더(賴淸德) 부총통이 공개석상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만남을 제안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

대만 집권당 총통후보, 시진핑에 "만나자" 제안…中은 거부
1일 중화권 매체들에 따르면 라이 부총통은 지난달 28일 모교인 대만 국립정치대학 학생들과의 만찬 자리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싶은 국가원수가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서슴지 않고 시 주석을 꼽았다.

그는 식사하면서 "좀 진정하고 모두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지 말라"는 말을 시 주석에게 하고 싶다면서 "모두의 안녕이 가장 중요할뿐더러 평화는 누구에게나 이득"이라고 강조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지난 4월 차이잉원 총통·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 회동을 계기로 중국군이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하는 등 대만해협의 긴장을 고조시킨 걸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는 대만 안팎에 반향을 일으켰다.

대만 내에선 친중 세력인 국민당 후보 허우유이(侯友宜) 신베이 시장이 발끈했다.

그는 전날 인터뷰를 통해 '대만 독립운동가'를 자처해온 라이칭더 부총통이 시 주석과의 만남을 희망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대만 중국시보가 전했다.

라이칭더 부총통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소통을 위해 시 주석과 맞상대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그는 대만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해왔으며, 2017년 행정원장(총리) 재임 시절 스스로를 "실용적인 대만 독립운동가"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몇 년 새 중립·중도 입장의 유권자 등을 의식해 대만 독립 의지를 표현하는 걸 자제해왔다.

이와 관련해 대만이 독립을 공식적으로 선언한다면 즉각 공격할 것이며, 독립 지지 입장이 아닌 대만의 어떤 정당과도 평화 대화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온 중국으로선 라이칭더 부총통을 시 주석의 대화 상대로 수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허우 시장의 논리다.

주펑롄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전날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라이칭더 부총통이 대만 독립 지지 입장을 바꿀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이는 "기만적인" 발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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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대변인은 그러면서 "대만 독립을 지지하는 분열주의적 입장을 고집스럽게 주장하면 대만 국민의 희망과 이익이 무시된 채 대만은 전쟁 직전으로 몰릴 것"이라며 "라이칭더가 수사법만 바꿔 친선 입장을 보이려 해도 세상을 속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 브리핑에서 시 주석과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는 라이 부총통의 발언과 관련한 질문을 받고, 중국의 일부인 대만에 부총통이라는 자리는 없다는 말로 논평을 거부했다.

마오 대변인은 이어 "대만 민진당 당국이 진정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에 관심이 있다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