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너무 비싸"…저평가 대안 찾아나선 투자자들
전 세계 투심이 반도체 관련 종목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고평가 논란이 일고 있는 엔비디아보다는 저평가돼 있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넥스트 엔비디아’를 찾아 인공지능(AI) 광풍 ‘막차’에 올라타려는 움직임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CNBC방송에 따르면 바클레이즈의 블레인 커티스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미 반도체 회사인 마블테크놀로지를 최우선 AI 수혜주로 꼽았다. 그는 이 종목이 “AI 랠리를 형성하는 종목 바구니에 확실히 담겨 있다”고 말했다.

마블테크놀로지는 반도체 집적회로를 설계‧개발‧판매하는 회사다. 시스템온칩(SoC)이 주력 제품이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3억2000만달러로, 시장 전망치(13억달러)를 웃도는 성적을 냈다. 주당순이익(EPS)도 추정치(29센트)를 넘어선 31센트를 거뒀다

일찌감치 ‘반도체주’로 분류돼 주요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된 마블테크놀로지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약 71% 뛰었다. 5월 한 달로 좁혀 보면 상승률은 61%를 웃돈다. 이는 2001년 상장 이후 월간 기준 최고치다.
"엔비디아 너무 비싸"…저평가 대안 찾아나선 투자자들
회사 경영진도 AI와 관련된 사업 성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매튜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6일 컨퍼런스콜에서 “AI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며 “AI 사업에서 창출되는 기회는 과거 대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커티스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 볼 때 AI 시장의 규모와 잠재력은 아직 불분명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마블테크놀로지가 “AI 열풍이 끝물에 다다른 시점에서 포트폴리오를 노출시키기에 비교적 안전한 종목”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비베크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마블테크놀로지가 AI 수혜주로서는 “과소평가된 상태”라고 못박았다. 이어 “생성형 AI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커스텀 칩 시장을 키우고 네트워킹 솔루션 기술 발전 속도를 높일 것”이라며 주가 상승에 힘을 실었다. 아리아 애널리스트는 마블테크놀로지에 대한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 주가를 51달러에서 70달러로 올려 잡았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26일 종가(65.51달러)보다 7% 높은 수준이다.

씨티그룹의 아티프 말리크 애널리스트는 마블테크놀로지의 올해 AI 사업 매출을 2억달러(약 2653억원)로 추정했다. 2024년 4억달러를 넘은 뒤 2025년에는 올해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클라우드 AI와 5세대(G) 간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제품인 ‘PAM4 DSP’ 판매 수익이 올해 하반기부터 가속화할 것”이라면서 “2023~2025회계연도에 마블테크놀로지의 연 매출은 평균 100%씩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