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바오더 출시 파워스타 CPU, 인텔 제품과 같다는 의혹 제기돼
"반도체 자체 개발" 中회사, 알고보니 인텔 '라벨갈이'?
중국 기업이 자체 개발했다고 발표한 중앙처리장치(CPU) 반도체가 사실은 미국 반도체기업 인텔의 제품을 이름만 바꿔 내놓은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31일 보도했다.

앞서 중국 선전에 본사가 있는 컴퓨터 하드웨어 제조업체 바오더(寶德·파워리더)는 지난 7일 기자회견을 통해 자체 개발한 1세대 '파워스타 CPU'를 공개했다.

당시 바오더는 '파워스타 CPU'가 인텔의 CPU 칩인 'x86 아키텍처'에 기반해 개발됐다고 소개하며 파워스타 CPU가 장착된 PC 등도 함께 출시했다.

인텔의 x86은 복잡한 컴퓨터 아키텍처 제품군으로 글로벌 시장 대부분의 PC는 x86 아키텍처의 다양한 버전을 기반으로 한다.

그러나 IT·디지털제품 전문사이트 톰스하드웨어는 캐나다의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Geekbench)가 진행한 CPU 비교시험(벤치마크 테스트) 결과를 인용해 파워스타 CPU가 사실은 x86의 상표만 바꿔치기한 '라벨갈이'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긱벤치는 지난 26일 바오더의 '파워스타 P3-01105 CPU'의 핵심 매개변수(파라미터)들을 공개하면서 그것이 인텔의 '코어 i3-10105 코밋 레이크 CPU'와 동일한 칩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SCMP는 실제로 인텔의 칩이 바오더의 칩으로 둔갑한 것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며 전날 현재 이에 대한 질의에 바오더가 답을 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일 긱벤치의 발견이 사실로 확인되면 바오더의 파워스타 CPU는 2006년 사기로 드러났던 '한신(漢芯) 반도체' 사건에 이어 중국의 반도체 자립에 또다시 먹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2006년 5월 상하이자오퉁대학 마이크로전자학원 원장이던 천진 교수는 거액의 정부 예산을 들여 3년 전 개발했다고 주장한 획기적 DSP(디지털신호처리 프로세서) 반도체 칩 '한신 1호'가 조작된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면됐다.

천 교수는 2003년 180나노 첨단 DSP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했으나, 그의 밑에서 일한 한 연구원이 '한신 1호'가 사실은 미국 모토로라의 '프리스케일 56800 칩'을 교묘히 날조한 것이라고 폭로하면서 사기극이 드러났다.

해당 연구원은 천 교수가 모토로라 제품의 뒷면에 표시된 'MOTO' 등의 글자를 긁어내고 '漢芯'이라고 표기했다고 밝혔다.

1997년 설립된 바오더는 서버와 PC를 생산해왔으나 이전까지 반도체를 개발한 이력은 없다.

바오더는 오랜 기간 컴퓨터 생산에서 인텔의 프로세서들을 이용해 왔다.

미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 속 중국은 반도체 굴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지적재산(IP) 등의 부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인텔의 x86 아키텍처가 여전히 중국 컴퓨터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모바일 기기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의 아키텍처들이 주도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