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로 인해 인공지능(AI) 열기가 확산하면서 반도체 상장지수펀드(ETF)에 유입되는 자금이 급격히 증가했다. AI용 반도체기업인 엔비디아 투자 비중이 큰 ETF에 투자 수요가 몰려서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이셰어즈반도체ETF(티커 SOXX)의 순유입액은 지난 25일 기준 8억5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하루 순유입액 기준으로 2001년 이후 최대치를 경신했다. 미국 내 16개 반도체기업 주가를 가중평균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이틀 새 13% 급등했다.

반도체 ETF가 순풍을 탄 배경엔 엔비디아가 있다. 25일 엔비디아 주가는 24% 급등했다. 올해 2~4월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며 투자 수요가 몰린 덕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SOXX가 매수한 종목 중 엔비디아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AI ETF 시장에서 ‘대어’로 떠올랐다”고 설명했다.

엔비디아 투자 비중이 높은 ETF도 덩달아 상승했다. 반도체업종에 투자하지 않더라도 반사이익을 본 것이다. 글로벌X로보틱스&인공지능 ETF(BOTZ)는 지난주 3% 상승했고, 반에크 비디오게임&e스포츠 ETF(ESPO)도 1.9% 올랐다. 엔비디아 하루 수익률의 1.5배를 추종하는 그라나이트셰어즈1.5X롱엔비디아는 지난주 36% 치솟았다.

반도체 ETF의 강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오픈AI가 챗GPT를 선보인 뒤 세계 곳곳에서 AI 열풍이 불고 있어서다. 오픈AI는 최근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영국, 뉴질랜드, 나이지리아 등 11개국에서 챗GPT 아이폰용 앱을 출시했다.

AI가 시장 전체를 주도하는 걸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특정 기술 하나만으론 경기 둔화라는 거시적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마이클 멀래니 보스턴파트너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은 현재 과도하게 높은 비용에 주식을 매수하고 있다”며 “광기가 잦아들면 기술주도 침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