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함께 ‘유럽의 병자’로 불려온 그리스가 최근 경제지표에 따른 시장 평가에서 이탈리아를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9년부터 그리스를 이끌고 있는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가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펼치면서 그리스 경제를 극적으로 회복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그리스 총선에서 집권당이 압승을 거둔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미 투자자들은 그리스의 신용등급 상향에 대비해 선행 투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선 직후, 그리스 국채 가격↑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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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데이터를 활용해 그리스 국채 금리와 이탈리아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가 1999년 이후 가장 큰 수준으로 확대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장중 한때 연 3.85%까지 내렸다가 연 3.90%로 마감했다. 같은 날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연 4.30% 수준이었다. 한 국가의 신용도가 높아질수록 해당 국가 국채는 투자자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른다. 채권 가격이 오르면 채권 금리는 떨어진다.
이탈리아 앞지른 그리스 경제…親시장정책으로 체질 개선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국채 금리는 2011~2012년 남유럽 재정위기 이후 동반 급등했고, 통상 그리스가 이탈리아보다 더 높았다. 그리스의 부채 상환 능력이 이탈리아보다 더 낮은 것으로 인식됐다는 의미다. 그 이후 10여 년간 두 나라 간 국채 금리는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올 4월부터 그리스 국채 금리가 이탈리아 국채 금리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국채시장에서 그리스 국채에 대한 평가가 좋아진 것은 미초타키스 총리가 그리스에서 감세 등 시장 친화적 정책을 적극 추진한 영향이다.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던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21년 8.4%, 2022년 5.9%까지 올랐다. 2015년 27.5%에 달했던 실업률은 2021년 14.8%까지 떨어졌다.

무엇보다 이번 그리스 총선에서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 신민주주의당(ND)이 압승을 거둔 것이 경제 전망 낙관론에 불씨를 댕겼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베르크의 홀거 슈미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초타키스 총리가 이끌고 있는 그리스는 유로존 국가 사이에서 ‘스타’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S&P글로벌은 최근 그리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했다. 경제학자들은 ‘패스트 머니(fast money)’ 투자자가 그리스의 추가 신용등급 상향에 대비한 투자에 나서면서 그리스 국채 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시대 ‘호재’ 된 구제금융

그리스의 정부 부채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6%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171%까지 하락했다. 재정 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그리스 정부 부채의 상당 부분은 10여년 전 저금리에 구제금융을 제공한 유럽연합(EU)이 소유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을 다른 국가보다 비교적 덜 받는 셈이다. 슈미딩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026년에는 그리스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이탈리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작년 기준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144.4%다.

슈테판 다이크 무디스 부사장은 이번 선거로 “재정·경제 정책이 연속성 있게 추진되면서 국가 부채 부담 감소세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를 키웠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